본문 바로가기
★ 덕질/공연

[정원영 콘서트] "세심하고 포근했던" 정원영 콘서트 <내가 받은 선물> - 20121117 @뮤즈라이브

by LANA. 2012. 11. 19.
반응형

<내가 받은 선물>.

공연 타이틀만 보고도

콘서트 가기 전부터 기분 좋은 예감이 들었다.

소담스럽고 정성스러워서 마음에 꼭 드는 선물을 받고 올 것 같은 느낌.

11 17일 토요일, 올림픽공원 뮤즈라이브에서 열린 정원영 & 정원영 밴드 콘서트 <내가 받은 선물> 에 다녀왔다.

  

 

♩ 정원영은?

피아니스트. 많은 뮤지션들의 스승이자 멘토. (내가..흐흐)흠모하는 뮤지션 보노보노 정재일 10년도 더 전인 2000년 밴드 긱스로도 함께 했던 분. 이게 내가 정원영씨에 대해 아는 전부였다. 으아니! 그러나 정원영씨는 알면 알수록 대한민국 대표 뮤지션. 오는 11월 20일 새 앨범 [걸음걸이 주의보]를 발매(예정) 하고 콘서트 <내가 받은 선물>을 들고 나타났다.

(자세한 설명은 http://music.daum.net/album/main?album_id=664582 )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정원영씨. 2000년 밴드 긱스때.(중간에 보노보노 재일씌..재일찡 파마했다요) 정원영 밴드.

 

정원영, 정원영 밴드 콘서트 <내가 받은 선물>

 

♬ 잔잔하게 혹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꽉찬 음악들

공연은 흐름상 총 3부로 이뤄졌다. 1부는 정원영밴드가 들려주는 노래들, 2부는 정원영의 피아노 연주곡들, 3부는 다시 정원영밴드로 마무리. 정원영밴드 1집의 <서초동 그이>로 시작한 공연은 지금까지 몇 번 안간 뮤즈라이브에서의 콘서트 중 노래와 연주가 참으로최고였지 않았나 싶다. 정원영 밴드로 오랫동안 함께 한 보컬님들과 정원영씨가 가르치는 제자들 중 특A(정원영씨의 표현으로 기억ㅎㅎ)들을 모셔와서 들려주는 연주들이라서 그러했던 듯. 악기 소리 하나하나에 눈 돌려가며 아껴 듣게 되는 넘 훌륭한 연주들.. 그리하여 곡 마다 듣는 사람을 무장해제 시키면서 멍~하다보면 어느새 노래가 끝나 있는…정원영씨의 피아노 연주곡들도 들을 수 있었는데, 피아노 소리에 희한하게도 눈앞에 그림이 그려지더라. 그만큼 마음에 잔잔하게 혹은 성큼성큼 다가오는 연주였다. 노래 중간중간 정원영씨가 곡에 대한 친절하고 편안한 설명도 곁들여 주셔서, 전체적으로 마음 푸근한 콘서트였다. 콘서트 타이틀을…’내가 주는 최고의 선물로 바꿔야만 할 것 같은 너무 따숩고도 훌륭한 공연.

 

 새 앨범 [걸음걸이 주의보] 소개

11월 20일 발표할 새앨범 [걸음걸이 주의보]는 3곡의 (가사가 있는)노래와 7곡의 피아노 연주곡으로 구성된 앨범. 정원영씨가 노래를 회사 대표에게 들려줬더니 예전에는 뜬구름 같은 가사를 썼는데, 요즘에는 바로 바로 이해되는 가사를 쓴다는 반응이 왔단다. 예전부터 30년간 곡을 쓸 때, 곡부터 먼저 쓰니까 어렵게 쓰였었는데, 이제는 가사를 먼저 쓰니까 곡이 간단하게 쓰이게 되었단다. 이번에 또 가사를 와 닿기 쉽게 쓰게 된 이유는, 몇 년전부터 미니홈피 다이어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문신한 여자를 좋아하는 남자에 관한 이야기라고..(이 부분에서 관객들은 빵- 터지고~정원영씨도 이해한다며ㅋㅋ…) 소설을 쓰게 되면서 이야기 속의 감정들이 상상도 되고 거기에 비슷한 가사들이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소설속 이야기들이 음악으로 다시 표현되는 신기한! (정원영씨 재주도 증말 많으시다. 책 나오면 앨범 틀어 놓고 읽고 싶다.)

앨범자켓은 정원영씨 아들이 그려줬다고 하는데(예술쪽 재능도 부전자전?), 운동화 그림 위로 봄 색깔이 덧입혀 져서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기서 반전! 고운 자켓 그림과 다르게 이번 앨범은 외로움에 관한 거라서 (노래들이 넘 외롭게 나와서) 연주곡들을 치기도 싫다셨는데(귀여우셔ㅋㅋㅋ), 아들에게 어쨌든 자켓을 의뢰했더니 신발을 그려서 물감칠을 해서 주셨다고 한다. 아들의 작품을 보고 신발도 외로울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했고, 아들과 본인 둘다 팔자 걸음이라 뒤에서 보는 부인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ㅋㅋㅋ).

 

▲ 정원영 6집 [걸음걸이 주의보] 자켓. 아드님의 드자인 솜씌!

 

 따수운 관객 분위기

중간에 정원영씨가 휴지랑 앨범 좀 달라는 말에 관객 중 오랜 팬이셨다는 한 분이 정원영씨에게 나오셔서 바로 가져다 주셨다. 정원영씨 왈 저에게도 이런 팬이 있어라며 소년처럼 웃으며 좋아하시는(ㅋㅋ). 관객 분위기는 정원영씨가 오랫동안 음악을 해 온 만큼 그의 오랜 팬들과, 지인들로 가득해 보였는데 이분들로 인해서도 분위기가 너무 따숩고 편안한 시간이었다. 정원영씨가 잠깐 노래 소개 하시다가 (노래 제목 정하는데 도움주셨다는)정재일씨 얘기를 하길래 어디 재일씨 앉아 있는 건 아닌가 내심 기대를 하기도..(_)

 

♩ 기억에 남는 곡들

 

 

▲ 건반하시는 분이 갑자기, 기타와 드럼 하시는 분은 다른 공연 때문에 빠지시고 정원영씨의 특A급 학생들이 도와 주셨다는데 사운드가 너무 멋졌다. +_+ 

 

<Tripping Now>

첫곡 <서초동 그이>에 이어 들은 곡인데,연주가…연주가.. 느무 멋졌던 곡. 이적, 정원영, 이상민, 정재일() 1999, 2000년 당시 천재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모여서 ‘긱스’라는 밴드를 시작했는데, 정원영씨가 그때 참여했던 곡을 두번째 곡으로 들려주셨다. (이분들이 정원영 밴드구나…0_0) ß이렇게 되는 곡.

<YK259 ZIPPER>

정원영 밴드 2005 ep앨범 수록곡. YK259 ZIPPER(지퍼)라는 박사가 60년 주기로 지구로 접근하는 행성에 자기 이름을 붙인 것이라고 하는데, 이 분 이야기에 영감 얻은 노래인듯. “기차를 타고 하늘을 건너 빛의 나라로~ 야이야이야~”로 시작하는 여성 보컬 두분의 후렴구가 매력적이고, 기타 소리인지 또로롱(???) 하는 소리들이 신비롭게 들리는 재미있는 곡.

<불멸의 연인>

정원영 밴드 1집의 노래. 공연 초반에 화악~이끌듯이 정원영 밴드의 세계로 나를 안내해준. 끈적한 멜로가 연상되는(나만ㅇㅇ) 처연한 제목과는 다르게, 왠지 자전거 타고 넓게 펼쳐진 초원위를 달려야 할 것 같은 노래.

<Earth Song>

지구와 환경에 관한 노래. 악기 소리들도 너무 예쁘고 신비로웠던 노래. “예~~예 날 내버려두자 예~~~날 내버려 두라고”라는 후렴구가 갑갑한 마음에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 노래 중간중간 좋은 목소리로 조곤조곤 곡에 대한 이야기 풀어주셨던 정원영씨. 오른쪽 아래는 팬이준 CD보고 좋아하시는 중^_^

<새벽을 걷다>

정원영씨가 학교 작업실에서 쓰던 피아노가 있었는데, 80년대부터 집에서 쓰던 피아노를 작업실로 옮겨서 쓰셨다 한다. 오후에 방에서 불도 안 키고 건반을 눌렀는데 소리가 너무 좋았다고. 그래서 곡을 쓰기 시작하다 나온 노래 라는…원래 <새벽>이라는 제목이었는데 정재일씨(수많은,, 이상형 중 당당히 1인을 차지하고 있는 나의 재일씌♥♥♥♥♥♥)에게 들려주며 제목을 좀 지어달라고 했더니 <이제 가자>..지어주셨단다.(ㅋㅋㅋ) 제목이 ‘좀 그래서' 정원영씨가 재일씨의 제목과 본인의 제목을 합쳐 만든 노래.

<태양의 계절>

정원영씨가 학교 다니던 7,80년 대는 정치적,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난 내가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어, 난 내 꿈을 이룰 거야’ 이런 생각을 하셨단다. 그런데 세월을 지나다 보니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 그때의 마음을 다 잊게 되고..’지금은 뭐 하고 있니..’라는 생각에 쓰게 된 곡. 내가 나에게 하는 노래 같은…(T_T) 누구나 과거의 추억을 생각하며 그때의 나를 통해 치유하고 다시 용기를 얻고 오늘을 걸어나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들으며 더 좋았던 노래다.(^_^) 요즘 ‘추억’이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도 워낙 사는게 팍팍하다보니 과거에 잠기게 되는데, 추억만 곱씹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순수해서 용감했던 그 시절의 자신과 다시 마주하고 힘을 얻고 싶어서가 아닐까 싶었다는…

<The Girl From Mars>

보컬님의 설명에 의하면 오로지 남성적 시각에서 써진 노래라는. 정원영씨가 원하는 여성상을 노래에 담으셔서(“지구를 떠날때까지 당신을 사랑할게요…”를 노래 속에서 외치는 여성상에) 보컬님이 적응하기 힘드셨다는 노래(ㅋㅋㅋ). 재미있는 곡 소개에 이어 들려오는 기타 반주가 너무너무 따뜻하고 예뻤던 노래. 보컬님의 섹쉬롭고 허스키하면서도 따수운 목소리는 여자인 내가 여자에게 반하게 되는 마성의 곡.

 

▲ <The Girl From Mars> 에 대한 곡설명중인 정원영씨와 이어지는 무대. 목소리 너무 매력적인 보컬님...+_+

<내가 받은 선물>

정원영씨 왈 “제가 받은 선물에 관한, 감사에 관한 이야기에요. 음악을 하게 된 것, 세션 친구들 만나게 된 것, 여러분 앞에서 공연하게 된 것, 어떤 것을 지불하지 않고 받게 된 선물에 대한 이야기”라는 설명에 찌잉…좋은 목소리로, 저렇게 담담히 '삶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노래를 설명하시는데 '저런 분에게 음악을 배우는 분들은 참 좋은 스승을 두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원영씨는 몇해전 뇌종양을 앓으시다가 수술로 회복되셨다고 알고 있는데, 당시에 수술과 관련된 아찔한 히스토리가 있다. 수술을 하면 청력이 손실될 가능성이 너무 크다는 진단을 받으시고, 음악가로서 청력을 잃을 수 없기에 치료를 포기하고 아픈 와중에도 노래를 10곡 정도 쓰면서 버티셨다 한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청력을 손실하지 않고 뇌종양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국 병원을 찾아서 수술 준비를 하셨다고...수술비 등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남들에게 힘든 사정을 알리기 싫어 홀로 이리저리 뛰어다니셨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친지,친구,선후배들이 하나 둘 돈을 모아 정원영씨 수술에 도움을 주셨다고. 이런 히스토리도 작용해서 저 노래가 나왔는지 어쨌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분이 오랫동안 음악을 하시면서 앞선 예와 같은 고난들을 겪으며 깨달은 것이 '감사함' 이라는 것에 어쩐지 모를 경외감이 피어났다. '삶에 대해 정말 겸손한 분이구나…감사할 줄 아는 분이구나...’하는 생각 하나, ‘그렇지, 이제 조바심은 그만. 내게 선물 같은 하루하루- 선물 같은 주위 사람들에 고마워 해야지..’하는 생각 둘에 마음이 많이 따수워 졌던 연주곡.

<행복해졌어>

올해 2월쯤 쓴 노래라는. 엄청 추웠을 때 일주일에 한번씩 작업실에서 장기하씨와 노래 듣고 놀 때셨다고. 그때 장기하의 <그렇고 그런사이>를 듣고 ‘기하 같은 노래를 써야 겠다’고 결심하시고 쓰셨단다. 이 노래 들으며 가사가 들려서 재미있었는데, “행복해졌어~입꼬리 올라가고~”처럼 과거형으로 행복이 이미 왔음을 선포(!)하고(ㅎㅎ), 구체적으로 행복의 표정을 읽어주는 가사들이 멜로디에 실려서 쑤욱~맘속으로 들어오는 느낌. :D

 

 

이렇게

정원영과 정원영밴드의 콘서트 <내가 받은 선물>

겨울 닮은 늦가을 저녁에 받은

세심하고 정성스럽고 포근한

선물이 되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