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초,
2012년 나에게 올해의 가수라 할만한
주옥 같은, 보석 같은, 간디 작살, 풍미 작렬(?) 뮤지션,
주윤하 카페 콘서트 <가을의 시작>에 다녀왔다.
주윤하는?
‘내~게 강~같은 평화’ 이리카페 찬양
콘서트 일주일 전 홍대 들른 겸, 사전답사까지 마친 이리카페는 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한 분위기였다. 누구는 책을 읽고 어느 누구는 수다를.. 어떤 누구는 기타를 꺼내 조심스레 치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 신기하리만큼 조용함을 유지하는 분위기. 카페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전혀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서로의 공간을 지켜주는 것 같아 좋은.. 벽면 가득 LP판과 책들, 기타, 소품들 있었는데.. 오래된 그러나 멋스러운 느낌 풍기고, 약간 어두운 조명까지 더해져서 시간이 언제 지나가는 줄도 몰랐던 것 같다.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카페’ & ‘상수동 사는 동네 기타리스트가 마실 나올 분위기’라며 분홍언니랑 들뜬 마음 안고 돌아왔었다.
시작 전부터 두근반 세근반
공연 당일, 간도 크게 가수 코앞에, 1열에 앉아 보겠다고 조금 일찍 도착했다. (카페콘서트에서 1열에 앉는다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 유리심장.) 아직 늦여름~초가을 날씨라 어둡지도 않은 금요일 저녁. 그러나 공연 타이틀 ‘가을의 시작’ 처럼 이미 내 마음 속엔 가을 바람이 설렁~ 美양과 이리카페 앞에 도착.
앞문이 활~짝 열려있길래 뚜벅 뚜벅 걸어 들어갔는데....허허어헣허헣헣헣...주가수님 리허설 중…0__0 찌리릿~눈 마주치고 옴마나~너무 놀라 놀란 척도 못하고 바로 뒤돌아서 나왔다. 이후부터 가수님을 너무나 갑작스레 마주한 기쁨과 충격에 동동동. 생각보다 가까운 무대와 객석간의 생경함, 아찔함이 곧바로 밀려오기 시작. 이리카페 바로 옆의 제주식당에서 (오뚜기 사골곰탕을 우려주신 것 같은 그러나 친절함으로 커버하셨던) 사골곰탕으로 저녁을 먹고.. 곰탕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먹고 나와 카페 앞을 휘휘 걸어 다니며 정신을 수습하고…
티켓팅이 시작되고 득달같이 들어간 이리카페 안. 무대와 객석이 1m 정도 떨어져 있고…(두근두근) 카페에서 하는 콘서트는 처음이어서 머릿속에 그려지는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상상하면서 갔는데 생각보다 아찔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서로들 너무나 가까운 공간 안에서 있다 보니 이내 그런 긴장감들도 카페라는 장소의 편안함 속에 녹아 들고… 이미 1,2열은 꽉 차 고 다음 줄에 앉아 음료도 한잔씩 주문해서 홀짝이며 분위기에 취하고 있었다.
가을을 데리고 온 남자, 주윤하의 <가을의 시작>
스윽~가을 바람처럼 다가선.. 정말 스윽~하고 윤하님이 앞문으로 등장. <가을의 시작> 주윤하 카페 콘서트 시작을 알렸다. 뮤지션의 기품을 흰 와이셔츠로 표현하시고 들어오셔서는, 착한 어린이처럼(?) 인사하고 단정하게 자리에 착석하시고. 휴…눈을 어데 두어야 할지 모르게 (이글이글) 너무 멋있으신데 어후 눈썹 떨림까지 3D 입체영상으로 다가와서 어후…내 심장… 어후…
객석은 어쩜 그렇게 공연에 집중을 잘 하는지.. 그의 오랜 팬들은 원래 그렇게들 극도로 얌전하고 조용하신지.. 허우…긴장되서 침 삼키는 소리도 못 내겠드랬다. 나도 절대 일상생활에서 가수바보라는거 티 안내고 차도녀로 살아가지만, 어떻게…카페에서…가수가 1M 앞에 있는데 숨도 안 쉬고 있을 수가 있지?... 정줄을 열번을 놔도 모자를 판국에…대단한 차도녀들…(ㅎㅎ) 여튼 본인은 계속하여 (칠렐레 혹은 팔렐레 하게)입을 귀에 걸고 최대한 (팬인거 다 티나는)일반인처럼(?) 보일 수 있도록 호응을 하였다. 카페 콘서트의 치명타, 공연하는 가수님과의 아이컨택에 미소로 화답하며 정줄을 놓지 않기 위해 부던히 애를 썼으니. 훗…
카페 콘서트의 아찔함..
주윤하 특유의 지하 10층 목소리로 조근조근 이야기도 많이 하시고 노래도 쉴새 없이…(^___^) 카페 콘서트라 오손도손 분위기를 원하셨는지 공연 중간중간 대화를 시도하시는 오빠님. ‘얘기하고 싶었는데..T_T’ 너무 쥐죽은 듯 우아하게 감상하는 관객 분위기에 눌려서 대답 한번 못하고 침만 삼키는 본인은 아무것도 모르는 그의 신생팬. 이번 카페 공연 준비를 오래 해오셨다고 하는데, 심지어 공연에 쓰일 장의자, 피아노 위의 우아한 초도 직접 구입하시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신 듯 했다. 그리고 멀리 부산 등지에서 그를 만나러 온 팬을 위한 깨알 같은 밀크캬라멜 선물까지…(저요 저요! 저도 고향은 지방인데~ 힝힝)
노래들은 주윤하 1집에 나오는 곡들 대부분과, 보드카레인 베이시스트 주윤하의 보드카레인 커버곡(ㅎㅎ), 주윤하 본인의 워너비인듯한 유재하의 노래, 어린시절 만들었다는 크리스마스 캐롤까지 풍성한 구성이었다. 그의 노래들은 말할 것도 없이 CAFÉ LIVE의 생생함과 따스한 온기, 위로가 전해져서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았다. 오른쪽에서 솥뚜껑같던(?) 드럼소리와 기타소리가 밀려오고, 왼쪽에서는 피아노가 밀려오고, 정면으로는 주윤하의 멋진 목소리와 그의 기타소리가 밀려오는.. 정줄을 잡고 싶지만 어디로 피할수도 없는 3D 입체 서라운드의 공격…(ㅋ)
함께 한 분홍언니가 후에 ‘피아노 치는 윤하님 너무 멋있다’며…’역시 남자는 피아노’라며…옆으로 돌아 피아노 치던 그의 뒷모습은~~~허! 거참..어이가 없어 너무 멋있었고. @_@ 윤하님 옆에 종기종기 놓여져 있던 세대의 기타도 참으로 소담스럽고~너무나 쉽게 띵띠링띵띵~거기다 노래까지! 노래하면서 기타치기 얼마나 힘든데 자유자재로 크~베이시스트 출신 보컬의 위엄.
(아래부터는 보드카레인 이해완님이 촬영한 사진. 트윗에 올려 주신거 슬쩍 ㅎㅎ)
주윤하님 왈, 제주도 내려가서 곡작업을 할 때, 가사가 안써져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다고 하는데.. 당시 머무르셨던 메가쑈킹 만화가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유재하의 노래가 흘러나와서 가사 쓰던 걸 탁- 접어 두고 ‘에잇 잠이나 자자’며 들어가서 쉬셨다고 한다. 뮤지션도 뮤지션에 대한 동경앞에서는…ㅎㅎ 그러나 저는 유재하를 모릅니다..그 세대가 아니라서..(어린척ㅎㅎ)
또 “음훠훠훠~” 산타 할아버지 웃음까지 지어주시며 들려주던 귀여운 교회오빠 주윤하의 노래도 기억에 남는다. ‘우리 교회에는 절대 없는 상상속 교회오빠의 강림=주윤하’ 라는 평소 나의 생각이 눈앞에서 재현되는 상황에 ‘주여!’를 외칠수 밖에 없었던. 유치부 교사라시는데…지하 10층 목소리와 훈훈한 미소로 따사롭게 아그들을 인도하시나요? 흙흙 멋있어 ㅠㅠ (우리교회에도 이런 오빠 있었으면 주여..교회는 기도외에도 사랑이 꽃필수 있는 곳이라는 성령 강림하게 해주옵시고..)
이렇게..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취해버릴 것 같은 헬렐레~하고 따뜻한 분위기에 흐뭇하게 웃다 보니 끝나 있었다. 처음 접한 카페 콘서트는 생각보다 자리가 너무 가까워서....안 그래도 심장 떨려 두근두근 대고 있었는데.. 관객을 마주하는 가수의 떨림까지 고스란히 전해져서 바라만 보고 있는 내 입꼬리는 경련이 날 지경.. 눈앞에서 전해져오는 악기소리와 목소리의 입체감 때문에 심장은 선덕선덕… 팬의 입장에서 코앞 가수님 공연 관람의 정당성이 부여되는 카페라는 장소에 눈은 이글이글이글…흐뭇한 공연이었다.
주윤하는 사랑입니다.
인생의 전반전을 마무리 하는 의미로 유럽여행을 계획하셨다는데(지금은 여행 중이신), 관객들에게도 수고한 자신에게 여행같은 선물을 주라며 다독다독…하셨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노래도 이야기도 좋았던 공연 길이길이 계속되길.
'★ 덕질 > 공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마스쿡+주윤하 콘서트 [Goodtrip 서울] @홍대 벨로주 2012.12.22 (0) | 2013.01.10 |
---|---|
[정원영 콘서트] "세심하고 포근했던" 정원영 콘서트 <내가 받은 선물> - 20121117 @뮤즈라이브 (0) | 2012.11.19 |
[라울콘서트]목소리로 연주하는 멋진 일곱 남자들, 아카펠라그룹 라울을 만나다 (6) | 2012.11.05 |
[시월에] 2012.10.14. 처절한 스탠딩의 기록 : 케이윌, 주니엘, 허각, 리쌍&정인, 윤종신&치림... (0) | 2012.10.24 |
‘열정의 음악, 탱고에 취하다!’ 고상지와 탱고와 매미와 전봇대 콘서트 (0) | 2012.10.1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