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민낯
11월. 10월말에 큰외삼촌이 돌아가시고 몸과 마음이 너무 많이 지쳐서 많이 힘든 한달이었다. 이번에도 죽음의 민낯을 바라보면서 많은 관계들의 민낯에서 실망도 하고 이런게 어쩔수 없는 가족이구나 생각도 하고 마음도 비워지고 그러면서 지쳐있는 내 마음을 돌아본 한 달이었던 것 같다.
내 아이돌
10월 말부터 나의 마지막 아이돌 몬소타엑스의 말실수에 대실망을 했지만, 사과문을 보고 마음이 누그러졌고 다시 애껴주기로 맘을 먹었었는데...장례를 다녀온 사이에 말도 안되는 관종들의 난리로 석이 탈퇴까지...하...정말 살다살다 아이돌 덕질에서 유례없는 정신없는 일이 겹쳐서 취미생활에서 현실로 도피하고 싶더라. 그러나 현실도 너무 팍팍하긴 마찬가지. 그리고 석이가 너무 안타까워서...한 애의 인생이 이렇게 망가지는 실시간이 너무너무 안타까웠다. 훗날 이 얘기를 가만히 듣던 샘 앞에서 눈물을 글썽일뻔 했는데, 다 지난 과거를 가지고 어떻게 한 인간을 그렇게 만드냐며.."과거잖아요" 라는 한마디가 위안이 됐어. 어쨌든 난 얘가 일어나는 걸 꼭 봐야겠어서 석이 브이앱도 다 다운받아두고 그랬다. 한번 마음 준 순이의 순정이란...에휴 이놈의 케이팝 덕질 언제 끊니 ㅎㅎ
부암동 단풍 나들이
▲와중에 아빠가 버섯 키웠다고 사진 보내주심 ㅋㅋ 버섯 받고 셀카 보내 드림.
▲걷다가 청운문학도서관을 발견하고 들어가서 쉬었는데 참 좋았다. 다음에도 저장~
언니들이랑 부암동에 가서 장례에서 지친 마음을 회복하고 왔다. 단풍 구경 제대로 했던 날. 언니가 자꾸 회사 정신 나간 팀장 욕을 해서 듣기 힘들었지만..얼마나 힘들면 놀러와서까지 욕을 할까 싶었고..다들 일보다는 관계가 힘든거구나 싶더라. 여튼 단풍이 너무 곱고 고왔다. 그리고 석이는 얼마나 힘들까..살짝 과거의 일이 한 인간의 인생을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인지란 주제로 운을 띄웠지만, 언니들은 사안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를 하셔서 더이상 말을 꺼낼 수 없었어. 산모퉁이 카페에서 동네를 내려다 보며 쩅하고 눈부신 가을 햇볕에 마음을 말리고 말렸다. 장례와 연이은 아이돌 탈퇴..너무 힘든 첫주였으니께. 동네 골목길을 조용히 걸어다니고, 단풍 고운 색들을 눈에 담다 보니 마음도 물들더라. 숲에서 노래 틀어두고 주전부리 까먹을 때가 제일 좋았어.
유일한 낙, 필담
언제나 사표를 가슴에 품고 다니지만, 나의 유일한 낙 영양사쌤과의 필담은 계속 되었네. 우리 쌤 전 곧 이직할 거지만 올해도 잘 부탁드리구요. 그리고 여전히 내 필담에 댓글 다는 찌질한 인간들은 있다. 찌질하게 댓글 달지 말라고 해 놔도 늘 달아 ㅋㅋ 찌질이 보존의 법칙. 아 빨리 이 회사 탈출해야지.
여행 같은 출장
출장이라 쓰고 여행 가는 마음으로 콧바람 쐬고 왔다. 설명 생략. 좋은 기억만 하기 위해.
▲출장 아침 산책 길에도 몬엑 노래만 들었네. 이 캡쳐를 왜 저장해 뒀는지 증말 케이팝 순이의 순정이란.
버섯 김치찌개
취미로 농사짓는 아빠 덕분에 이번에는 표고 버섯을 다 먹어봤다. 묵은지 넣고 멸치가루랑 버섯 쎃어 넣었는데 너무 맛있었어.
이직 준비
심신이 지친 와중에도 광화문에서 이직 준비는 계속 됐네. 덕질하면서 트이타에서 이런저런 짤을 보게 되는데, 명문을 발견했다. 이거 약간 아무나 사귀지 말라는 그런 얘기였다는데, 나는 왜 이 안정된 등신같은 회사를 어여 때려치고 이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까? 역시 내길은 따로 있어.
전시 나들이 1.
너무너무 그냥 마냥 쉬고 싶어서 3주쯤엔가 금요일에 휴가를 내고 혼자 쏘다녔다. 늦게까지 자다가 11시쯤 일어나서 트이타에서 본 고대 이공김밥도 사먹고, 산책하면서 단풍 구경도 살짝 했다. 집에 가려다가 광화문 쪽으로 나갔다. 전시회 뭐 없나 찾아보다가 서울역사박물관에 100년전 개항기 사람들 전시 한다길래 가봤어. 콧바람 성공. 그리고 이직하기 전까지 전시 찾아다녀야 겠다 싶더라.
이공 김밥 맛있는데 매장은 넘 지저분해서 안갈거같아..재미로 분식집 찾아가 보긴 처음일세.
100년 전 사람들을 보니 묘하게 마음이 개운해 지더라. 이상하지, 지금에 비하면 주권도, 경제력도, 여권도(?) 부족한 환경에서도 하루하루를 컬러감있게 살아가는 표정들이어서 그랬나봐. 나도 저렇게 살아내고 살아낸 사람들의 후손이잖여..ㅎㅎ
옆 전시 공간에 성균관 반촌 전시도 가봤다. 이직 합격하려고 조선시대 합격자 옷 사진 찍어옴 ㅋㅋㅋ 이 정도면 거의 이직 머신 이라고 할 수 있겠다.
전시 나들이 2.
세종 카운터 웨이브 - 내재된 힘. 전시 설명을 보니, 청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없는.. 설 자리가 없는 중년 작가의 전시라는 점이 좋았다. 내재된 힘 이라는 제목 하나로, 내 아이도루 몬엑 판에 지친 마음을 회복하려고 예매했고, 몬베베 트친이랑 다녀왔다. 가장 좋았던 전시는 비닐 봉지 미디어 아트였는데, 이경호 작가님 유튜브 찾았다. 이 영상 메세지는 마냥 밝은 건 아닌것 같은데, 난 그냥 저 봉다리처럼 구속없이 전세계를 누비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서 좋았어.
마음이 추워서 한 가을에 패딩을 입고 갔나봐. 그날 광화문에서 태극기부대까지 나와서 귀에서 피날것 같이 시끄럽고 날도 따뜻해서 유난히 더웠는데..그래도 이날 지인이 늦어서 스벅가서 기다리다가 늘 매진되서 못먹는 화이트 뱅쇼를 마셔볼 수 있어서 좋았어.
몬엑 트친 데이트.
이날 전시 보고 카페 가서 이런 저런 덕질 넉두리를 나눴던 것 같아. 기억은 안나지만 10월 말에 그 사단이 나고 2-3주 만이었으니..내 아이돌의 현 상황에 대해 얘기하며..충격 받은 팬심들을 달랬다. 결론은 참 팬질하다 별일을 다 겪는다는 것..어쩔수 없는 일엔 마음을 놓고 나나 잘 지내는 것. 그리고 무늬만 꿀프지만 꿀프라고 포카 선물도 받았다. 너무 심드렁해해서 지나고 보니 미안하네. 여튼 앞으로도 잘 버텨라 몬스타엑스 할미 너무 괴로웠다.
저녁 먹고 종로쪽 기현이 컵홀더 이벤트 하는 카페도 들렀다가 그냥 막 쏘다녔다. 마음이 헛헛해서 그런듯. 그러다 파고다 앞에서 카페 개업했다고 홍보하는 명함을 받았는데, 찾아가보니 약간 힙플레이스 여서 좋았다. 종로 <아마츄어 작업실>. 시간을 잊고 싶고 멍때리고 싶을때 자주 가게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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