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가 시작하는걸 보고 나왔다. 진행요원한테 조금 부탁해서 노래 하러 나오면 나간다고하고 서 있었어. 기다리길 잘했지. 이제 마지막 이구나.. 노래하면서 웃는 얼굴 보니 다행이다..
8시 직전에 들어가면서 배려없이 평일에 팬미팅을 잡았다..싶었어. 그래도 박효신씨가 하는건 나한테 늘 당연했으니까. 마음은 또 반갑기만 하더라 바보같이.
오랜만에 보는 박가수 앞에 두고 한번도 웃질 못했다. 여름처럼 웃으면서 보고 올랬는데. 화가 난 것도 아니고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마냥 앉아있었어. 일어서라는 박가수 얘기에 조금 서 있다 이내 앉았어. 반짝이는 파도같은 물결들, 무슨 얘기를 해도 소리지르고 박효신씨 시선만 머물러도 소리지르는 사람들 보면서 구경꾼이 된것 같더라. 신기해서 그 사람들 표정도 가끔 흘끗했어.
재일씨가 앨리스를 기타로 치면서 나올때 처음으로 웃었어.사운드가 참 좋네. 그리고 생뚱스러운 모습들이 귀여워서 자주 웃었어. "우리 공연 끝나고 좀 쉬어야지' 하던 박가수에게 "안돼요" 하던 재일씨 덕분에 웃었어.
김이나씨 다 아는 것처럼 그런말 말아요. 이십년 동안 사랑한만큼 괴롭고 외로웠다. 공연 후유증에 괴로워 하니 평소에도 자주 팬인 내 존재를 박가수에게 보여달라고..어떡하지 기다리다 내 마음이 다 닳다 못해서 눈물도 안나오게 말라버렸어. 연락도 안되는데 쉬는지 뭘 하는지 알수가 없는데 도대체 어떻게 보여줘야해. 왜 팬이라서 늘 먼저 보여줘야해. 당신이 뭘 알고 그런 얘기하시는건데요. 김이나씨는 박효신씨를 캐릭터처럼 표현 안하고 정말 박효신씨의 이야기를 표현해 주려고 한다고. 그런데 난 이런 이야기들이 오라버니가 더 멀게 느껴지더라. 난 정말 친구같고 지질함도 공유하는 박가수를 바랬나봐. 시간이 이렇게 오래 됐으니 우리 좀 편하게 하는 얘기들 말이야. 그런것들이 없어서 노래로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생경했어. 뻔하게 들렸어.
난 박가수 힘들까봐 내 힘듦까지 덧댈까봐 징징대지도 못했는데, 사소한 투정한번 못부렸는데. 야생화 나오고 그렇게 사연있는 편지들이 왔대. 야생화 전 팬 편지들은 아 그렇구나 하고 넘겼대. 나도 숨기지 말걸. 다 털어 놓을걸. 당신들이 도대체 뭔데 내가수한테 그런 얘기를 해. 숨도 못쉴까봐 어떻게 될까봐 말도 한마디 제대로 못꺼낸 내가수한테 어떻게 그래. 결국 내가 얘기 안한건데 그냥 이런것까지 다 서운해. 그래서 위로하는 노래를 쓰기로 했고, 본인도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는. 그래 다 좋아. 나도 오라버니가 부르는 노래들에 위로 받았으니까. 그런데 그때 뿐이야. 내가 너무 좋아했나보다. 반짝이면서 위로해주는 노래들, 공연장 밖으로 나오면 내 일상에는 없어. 몇년에 한번 만나는거 그게 나한테는 오라버니가 바라는 러버스처럼 서로 손잡아주는 게 아니더라. 음원 들으면서 박가수 되새기는거 이제 그만할때도 됐지. 그렇게 기다리는거 많이 괴롭고 지쳤어. 괜히 오라버니 철좀 들라고 억하심정들만큼 팬의 삶은 그냥 살아지는게 아니거든. 난 오라버니에게 공연장 바다 속 하나의 반짝임일 뿐이지만 당장 내 일상을 뒤로 하고 늘 달려오고 기다려왔거든. 그래서 수고스러웠어 많은 시간이.
늘 그랬어. 기다린만큼 자주 봤으면. 노래 불러주는 얼굴 보면서 내년에도 들을수있을까 아까워서 눈물 나는 심정 모를거야. 듬성듬성해도 자주 노래해줬으면 했어. 시덥지않은 얘기라도 자주 하면서 소식전하고 안부 묻고. 그런걸 바랬어. 이십년이면 우리 이제 그렇게 좀 편해져도 되는 사이라고 나혼자 착각했나봐.
박효신씨. 가족외에는 내가 유일하게 오래도록 사랑한 사람. 쓰면서도 눈물이 나네. "제가 소식을 안 전해도 쉬고 있는게 아니에요. 일하고 있어요" 라고.. 오빠. 아무 소식을 전하지 않으면 이유가 있겠거니 하면서 기다려주는거 이제 못해요. 말한마디 건내지 않는데 어떻게 알겠어. 내가 늦으면 걱정되서 전화해줄수있는 사이 결국 아니잖아 우리. 조금만 더 표현할순 없었을까? 지금 어디 있냐고 난 어디쯤이라고 물어줄수는 없었을까?
난 완벽한 박효신을 기다린게 아니야. 김이나씨도 그랬잖아 틀려도 된다고. 아직까지 피아노 앞에서 손까지 떨면서 긴장하는 박가수를 보면..그래 난 팬이라서 긴장하게 만드는 사람이구나. 실수를 보여주면 안되는 사람이구나..결국 팬일뿐이라서.
고백할게 있다고 3월에 했을 콘서트 미루게 된 얘기 하는데 울컥하더라. 10개월인지 1년인지 모를 준비 기간. 그 얘기 하는데 울컥했어. 기다리면서 내가 너무 힘들었던 때가 생각나서. 뮤지컬보다 앞에 둘순 없었을까. 마음고생을 왜 그렇게 했을까. 그냥 박가수 탓 하고 말래. 나도 이정도는 징징대도 되겠지? 늘 별이었던 우리 오라버니가 일상의 팍팍함과 지난함과 끝없는 지질스러움과 외로움을 어떻게 다 알겠어. 한번씩 내주는 음원으로 기다리기에는 공연장에서 우리 만났던 지난 시간이 기억이 나질 않더라. "프로포즈 하려고 선물 잔뜩 준비하고 이제 풍선 넣고 있는데 누가 봐 버린 느낌이었다"구요. 그런 선물을 바란게 아니야. 빨리 보고 싶어하는 마음이면 충분한 거였다고. 기다리고 기다리다 이제 내가 힘들어서 미워하지도 못하는 마음을 알까. 포기하고 내려놔버린 내앞에 반짝이는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야.
기도 들으면서 눈물이 났다. 가사는 잘 들리지 않지만 울었어. 무슨 마음인지 알겠어. 그동안 박가수를 위해 기도 했던 만큼 좋은 노래 불러주고 힘들지 말라고 해줘서 고마웠어. 루벤? 까지 재일씨랑 피아노 한대만 놓고 노래해주는 얼굴 보고 울었어. 그냥 이런걸 바랬는데. 아..이제 정말 마지막이구나. 기다리던 모습이었는데. 무슨 가사든 가이드만 나오든 무슨 멜로디든 반짝반짝하면서 자주 노래해 주는거.
박가수로 처음 와본 극장들 많았지. 유난히 체조경기장 은 올때 마다 박가수 때문에 울었네. 이제 여기 올 일도 당분간 없을 거야.
내일 일찍 나가야 해서, 노래 다 못듣고 나왔는데 잘 한거 같아. 아쉬움보다 내가 더 중요하거든. 막차 안 놓치고 왔는데도 집에 오니 12시 반이야. 늘 이렇게 오가는길이 고생스럽고 시간을 내서보러 다녀 오는길이 아무렇지 않았다니. 나도 누가 좀 칭찬해 줬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오라버니 좋아하느라 고생했다고. 상도 주고 ㅎㅎ 허무해하지는 않으려고. 지난 시간 많이 웃고 좋았던 기억도 많으니까. 아무렇지 않게 출근할 거고 지난하지만 살아내야하는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낯설고 너무 이상하겠지 한동안. 이제 내 길에 오라버니 목소리가 없을 거라서.
안녕. 나의 연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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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너무 외로운 꿈을 꾸다가 일어났다. 나도 너무 외롭게 기다렸는데 기다리던 사람이 와서 누굴 좀 돌봐주래. 보고 싶었을 마음 알아 주질 않는 구나 이런 거였구나...어제 늦게 집으로 돌아오면서 "내일 중요한일있다면서 어디냐"는 엄마 전화에 울컥했어. 내가 오랫동안 잊었던 거야. 우리는 결국 남인걸. 늦어도 전화한통 해줄 수 없는 사이이고 아파도 안부도 못 물을 사이인걸. 정작 내 가족이 하늘로 떠나고 내가 수술실로 들어가고 하루가 숨도 못쉴만큼 힘이 들고 삶에 치여도 그때 우리는 남이거든. 연락도 안되는 박가수에게, 본인 삶이 있을 박효신씨에게 무턱대고 투정 부릴 수 없거든. 박가수 말처럼 손잡아주는 사이 아니니까. 너무 바보 같네 스무해 만에 이걸 깨닫다니. 박가수는 꿈에서 깨도 모를 거야. 내가 늘 내 가족처럼 내 사람처럼 걱정하고 마음쓰고 응원해 온거. 지난 인연들에게 결국은 한결같이 질투받고 모진말로 조롱 받을 만큼 사랑한거. 모를테지만 내가 내 시간 보듬어 주려고. 박가수만큼 나도 행복해야 하고 외롭지 않아야 하는 사람이니까. 눈이 부어서 렌즈도 못끼고 출근한다. 얼른 하루가 끝나고 아무도 안 보는데서 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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