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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질/박효신 (1999~2020)

컵하나 버리려다

by LANA. 2019.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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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쏟았네.

잊을만 하면 박효신씨 포스팅에 하나씩 달리는 장문의 댓글들이 덮어놨던 마음을 더 들추는것 같다. 비슷하긴 해도 같은 모양의 마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 노래에 그 공연에 어떤 순간이든 위로 받고 즐겁고 눈물 흘렸던 순간은 다들 다를테니까. 그런데 지나가는 분들 댓글은 하나같이 내가 그들 마음을 읽었대. 모르겠다. 그냥...그런거라고 믿으며 나도 내 마음을 누가 좀 도닥여 줬으면 좋겠어. 

당분간 안 보고 안 듣는게 답인거 같아. 2달도 아니고 2년도 아니고 20년인데 그래... 쉽지가 않구나. 종교처럼 좋아했던 시간, 이제 정리해야지. 돌아보니 참 무거웠던 것 같아. 

박효신씨 굿즈는 안쓰고 고이 넣어두거나 속상한 일 있을때 전시해 두고 뿌듯해 했는데. 이 컵 하나는 꺼내두고 10년을 썼네. 이사를 두 번을 다녔는데 깨지지도 않고 용케도 잘 썼다. 설거지 하다가 눈에 띄는데 이제 버려야 겠다 싶은거. 버릴건데 컵을 내려서 물에다 씻고 있었어 나도모르게. 컵을 씻는데 팬미팅 간다고 옷 차려입고 신발 고르고 다녀와서 컵 받고 신나서 소녀처럼 좋아하던때가 화면처럼 번득여서 펑펑 울었다. 이 무슨 청승이람. 

모르겠다. 다시 못올 순간이라 그립기도 하고 이런 부질없는 것들에 소녀처럼 의미부여하고 좋아하던 그 시절의 내가 가여워. 끝이 이럴줄 알았다면 조금만 좋아할걸. 박효신씨와 관련된 너무 작은 것들을 너무 많이 사랑했다. 이런 컵하나 조차도 그렇게 아끼고 마음을 담아 뒀다니. 부질없고 헛헛하다. 

가만히 보니 내가 진짜 바보 같은게 은행 비밀번호, 웬갖 비밀번호에도 박효신씨 이니셜이나, 나만 아는 기념일을 넣어뒀어..이 정도면 병도 중병이 아니었나 싶은데, 이러니 한결같이 질투받고 조롱 받았던거 같어. 결정적으로 남친들이 결코 넘을 수 없는 정서적인 성역 같은 곳이었거든 박효신씨는. 이래 놓고 무슨 정리를 한단 말이었나 싶어. 하나씩 하나씩 바꿔야지. 아직은 굿즈 하나 버리는데도 내 마음이 많이 슬프구나. 

컵 버리려고 재활용 통에 넣었다가 또 울면서 다시 꺼내서 약통에 대충 쑤셔넣고 방 깊숙이 묻어뒀다. 안 보고 안 듣다보면 연말 쯤이면 괜찮아지겠지. 새로운 한해 시작하는 마음으로 그때 박스채로 꼭 어떻게든 처리해야겠어. 블로그에 한풀이라도 하고 이제 박효신씨 잊으려고 했는데 쉽지가 않아. 누가 보면 뭐 만나기라도 한줄 알겠어. 팬의 삶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청산 되는게 아니네. ㅎㅎ

 

자주 써서 물때도 많이 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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