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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사이버 일기장

늙고 약해짐에 대하여

by LANA. 2018.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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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째 운동을 가면서 기운을 차리는 와중에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

운동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처음 보는 할머니가 골목길에 앉아 계시던 것.
이 추운 날..

보통 골목에서 마주치는 할머니들께
(뒤에서 수근거리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ㅎㅎ)
다 인사를 드리는 편인데
처음 보는 분이라 그냥 갈랬드니
할머니가 손을 흔들며 말을 거신다.

"여기 노인정이 어디에요?"


할머니가 이 동네 이사 오신지 한달째고
노인정이나 절을 가려고 해도 어딘지 모르고
동네 친구도 없어서 집에 누워만 있으셨다는..
얘기도 들었다.

노인정은 없고, 노인 복지관은
골목 끝으로 가서 언덕 올라가면
있다고 말씀 드렸더니
자꾸 똑같은 길을 물으신다.

"그냥 저랑 같이 가보실래요?"

마침 운동하는 곳이 옆이라
할머니를 모시고 같이 복지관 까지 갔다.
가는 길에 거동이 불편하셔서
움직이는 의자(?)같은 걸 앞으로 밀며
가시는데 하늘에 계신 울 외할머니가 생각나서
너무 불쌍했다.


가면서

그리고 자꾸 집 못 찾아올까봐 불안해 하시길래
걱정 마시라고 큰길에서 여차저차 가시면 된다고
아님 운동 끝나고 데려다 드리겠다고 했다.


낑낑 대면서 할머니랑 같이 노인복지관 도착!
할머니는 안에 들어가서 좀 앉아야 겠다며
힘들어 하시고 ㅎㅎ
낯설어서 멀뚱멀뚱 하시길래
사무실에서 프로그램 북 얻어서 드리면서
내일 아무 시간때나 오셔서
들어가셔서 노시면 된다고 했다.


그런데 내 눈치를 보시면서
집까지 못 찾아갈것 같으니
미안한데 나좀 데려다 달라시길래
다시 집으로 데려다 드렸다.

복지관에서 나오는 길에
입학(?)해야 되는거냐고 돈 내야 되는거냐고
걱정 걱정 하시길래

"다 공짜래요 할머니!" 했더니 너무 좋아하신다.
아무 때나 심심 할때
살살 복지관 올라오셔서 복지관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프로그램 들어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시고
친구도 사귀면 된다고 했...
나 원 이거 뭐 거의 복지관 직원 아닌가? ㅎㅎㅎ 복지관 직원들 앉아서 가만 있지 말고 소외된 분들 안내라도 잘해 주지 참 답답...했다 역시 공무원다워.


여튼 할머니를 집 앞까지 데려다 드리는데
참 외로워 보여서 짠했다...
우리 외할머니도 요양병원 가시기 전에
이렇게 아무도 없는 집에서 우두커니
티비 보거나 골목 밖에 앉아 있고 그랬겠지? 싶어서
너무 불쌍해 보였다.. 물론 울 할머니는 이 할머니처럼 너무 상황이 안좋아서 지하방에 계시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늙고 쇠약한데 중풍이 있었던 울 외할머니..돌아다니고 싶어도 몸이 안따라줘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ㅠㅠ ㅠ 아 갑자기 또 할머니 생각나네

여튼 할머니가 너무 고맙다면서
누가 이렇게 알려주고 데려다 주냐면서
고마워 하시기에 웃으면서 인사드리고..
운동을 가는데 또 마음이 찌르르...


오늘 일화를 들은 우리 어머님께서는
요즘에 그런 사람 잘못 도와주면 큰일 난다면서
할머니들 거짓말도 많이 하고
치매도 있으신것 같은데 이말 허고 저말 하고
사고 나면 내가 다 덮어쓴다고(??)
다음 부터는 바쁘다고 그러라는데..
그래..세상이 각박 흉흉하니 이해는 가지만
엄마 그래도 그건 좀 ㅠㅠ

여튼..에휴...
맘이 찌르르 한 순간이었다.
살아계신 할머니한테 좀 자주 연락드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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