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대학교 입학 준비
엄마가 17학번 신입생이 되셨다. 초졸이었던 엄마는 내가 성인이 되고 한참 후에서야 중학교도, 고등학교, 대학교도 나오지 않았다는걸 슬쩍 흘려서 얘기해 주셨는데, 가난했던 외가에서 공부를 못하고 일찍 돈벌고 그랬던게 그게 평생 한이었던 것 같다. 심지어 어떤 tv 프로에서 뒤늦게 공부하는 어르신들 다큐를 보고 엄마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도 있다. “엄마 왜울어, 옛날엔 다 가난해서 학교 못간거잖아. 못배운건 부끄러운게 아니야” 랬더니 그래도 넌 모른다며 너무 부끄럽고 속상했다고 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몇 년 전에 내가 길가 지나가다 찾아준 주부 중고등학교에 다니더니, 숭의여대에 전액 장학생으로 찰싹! 합격해서 내가 다 뿌듯했다. 울엄마처럼 살라고 하면 난 정말 진즉에 나가떨어졌을 듯. 많은 면에서 너무나 다른 엄마와 나지만, 엄마가 이렇게 나이가 드셔도 계속 뭘 배우려고 하신건 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 나도 막 두근거렸던 17학번 신입생 입학식.
2월에는 등록금도 내고 신입생 OT, 과 OT도 따라가서 엄마의 신입생 시작을 재미나게 관찰했다. 그런데 이런 일정들을 엄마가 하나도 안챙겨서, 진짜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챙기느라 짜증이. 심지어 등록금 완납일도 2월 8일이었는데, 그날은 잠결에 느낌이 너무 이상한거다. 쎄한 느낌에 급하게 대학교 홈피 들어갔더니 등록금 납부 마감일!!!!! 바로 입금하고 영수증 뽑아 두고, 파일이랑 다이어리 사서 엄마한테 폭풍 잔소리를 했다. “엄마 대학생은 중고등학생처럼 학교에서 안 챙겨주니까 다이어리에 적고 적으라고!” 에휴 ㅋㅋㅋ
▲ 남산 칼바람에 코트로 멋낸 여사님 멋지심
엄마 입학식 날 따라가서 사진도 찍고 신입생OT, 과OT에도 그림자같이 보호자로 함께 했다. 스무살 아가들 사이에서 당당히 장학금도 타고, 이런저런 학교 돌아가는 거에 놀라는 마음 모른척 하던 여사님 너무 귀여우셨음. 학교가 남산에 있어서 얼마나 추웠던지. 딸래미도 남산에서 4년을 보냈는데, 그 엄마에 그 딸인가 보다 싶었다. 그런데 그 추운날에도 엄마는 나름 신입생 멋내느라 하늘색 코트를 입고 가셨다..
▲ 슴살들 사이에 앉아있는 여사님. 멋지심.
엄마 건강, 아빠 회사
엄마 건강검진 결과가 안좋아서 대학병원으로 예약하고 간초음파까지 하게 됬다. 너무 심란해서 폭풍 기도를 하고, 자주 장을 봐서 여기저기 좋다는 것들 만든것 같다. 나도 다이어트 할겸 음식을 싹 바꿔봄. 와중에 아빠가 전화왔는데 회사가 힘드신지 이런저런 넋두리를 들은듯. 내 앞길도 못헤치면서도 집안 걱정이 끊이지 않는 맏딸의 숙명...
▲ 버섯, 계란, 토마토로 만든 주식. 먹고 밥 또 먹기
이사 준비
짐을 버려도 버려도 끝이 없었다. 책도, 옷도, 그릇도 엄마 몰래 막 갖다 버렸다. 뭘 그렇게 다 싸들고 못버리게 하는지…;; 은정이가 추천해준 정리책 보고 버렸더니 뭔가 과거를 싹 다 정리하는 느낌도 들고 속이 시원했다. 책은 종로 알라딘 중고서점이랑, 동네 헌책방에 팔아서 거의 4만원 정도를 벌기도 했다. 키힛
▲후...이사 한번만 더 했다가 늙겠다 늙겠어 아주
라라랜드
0만이랑 라라랜드를 보고 펑펑 울었다. 저건 그냥 배우나 가수의 이야기만은 아닌 것 같고, 노래도 삶도 슬프도록 아름다워서 펑펑 울었다. 마음이 좀 후련해 졌다.
여행 취소
스위스로 들어가 프랑스를 돌고 포르투갈로 나오려고 하던 여행을 다 짜두고 결제를 취소했다. 피눈물이..
예배
베드로만큼 신념이 강한 사람도 사단의 시험, 시련, 실패가 이어졌다. 우상숭배, 시기, 세상의 것을 사랑하는 것이 바로 사단이고…그렇다면 나는 사단의 중심이었다는 건데; 내가 옳다고, 내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그래서 분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예배를 일기장에 한가득 써 두었다. 상처든, 과거든, 무언가에 붙잡혀 있지 말고 자유를 찾으라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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