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맞이를 하고 왔다.
해맞이를 빙자한 기도의 시간이었다. 그랬다.
▲ 소라언니. 언니를 나의 일기에 무단으로 초대해 드립니다. :D
해맞이도 등에 꽂힌 빨대가 없어져.. 정말 계획이라고는 없는 나날들을 보내며 진공상태에서 푸욱..휴식이 가능했었기에, 기력이 남아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20대 중반 이후로 노동에 찌들거나 귀찮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안하고 뜨끈한 구들에서 연기대상 보며 TV로 카운트를 했었는데..무려 작년에는 31일 1일 다 일하며,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뒤로 하고 바닷가를 뛰어다니는 말들 사진과 글을 편집하며… ‘통장 충전하면서 이만하면 해맞이 했다’고 스스로를 달래지 않았나.. 말도 안돼, 불과 1년전이랑 비교해도 올해 이렇게나 행복하게 해맞이를 하고 왔다니.
올해 2015년은 인천으로 해맞이를 안 갔다면 집에서 1분 거리인 교회에서 2014 송구영신예배를 드리고 은혜롭게 자정을 넘기고, 12시 반쯤 집에 돌아왔을 거다. 그리고는 해맞이를 잊고 오후까지 따뜻한 방안에서 숙면하며 중천에 뜬 새해를 맞이 했을 거다.
물론 인천 앞바다에서 10분 해맞이 하고 언손으로 몇 컷 찍은후, 칼바람에 우들우들 몸을 떨며 서울행 열차를 타러 기차역으로 돌아가던 우리는 집안에서 숙면하고 계실 수많은 분들이 부러웠다… 더군다나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오고 해맞이 이틀내내 몸에 냉기가 아직 가시지 않아 으슬으슬 하지만, 해를 보러가는 걸 핑계로 내가 이 비어있는 마음속에서 걸어 나왔다는게 감사했다. 선택이란 그런 거니까..
▲ 해가 반쯤 나왔을 때 디카 밧데리가 나가 주시고…이후로 아래 사진부터는 아이퐁 :D
해너머로
추워서 십분 남짓 보았던 주황빛 첫 해와, 해를 보며 해너머 계실 그분께 “올해 어떤 것들이 다가와도 지혜롭게 나아갈수 있도록, 가족들이 작년처럼 아프지 않고 건강하도록” 받아낸 약속과, 꽁꽁 언손으로 몇컷 남긴 해무리, “전라도 식당” 이라는 간판에 남도의 맛을 확신하며 들어가 먹은 해물탕이 확신이상으로 맛이 좋았던 것, 철도 관계자분들이 ‘거잠포 해맞이 열차’ 타고 왔다고 새해 꼭두새벽부터 쉬지도 못하고 추운데 서서 노나주신 핫팩, 새해 첫끼를 함께 할 친구가 있다는 것들이 감사함으로 은근하게 다가왔다. 은근하게…이 은근한 불씨들이 계속되어 2015년 올해는 일상과 관계에서 열정을 회복할 수 있었으면. 감정에 휘둘리지 않되 뜨거운 나날들이 되었으면. 지나가는 많은 것들을 붙잡지 않을 것이고, 다가오지 못해 주저하고 있는 것들에 눈감고 있지 않아야지. 척하지 않고 조금 더 솔직했으면. 내 솔직함이 어떤 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게 조금 담담하게 바라보았으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진공이 아니라 거름이 되는 부스러기들 바스락 잡아 쥐며 내안에 무겁지 않게 채워두고 싶다. 그러면 행복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서른둘이고 싶다.
올해의 목표하나. 기동성 +1점 추가하기.
작년부터 벌써 60되신 아빠가 회사일에 농사에 주7일 내내 시달리다가 한밤중에 시골 내려온 나를 태우러 올때, 새벽에 서울가는 기차역으로 다시 날 태워다 줄때… 엄마가 무려 119를 타고 응급실에 갔을때… 할머니 장례식장에서 갑자기 아플 때 오빠 차에 급히 실려 병원으로 가며 등등.. 엄마 아빠 위해서라도 내가 이렇게 뚜버기가 되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만하고 하반기 내내 운전 배우러 가는 한 걸음이 안 떼어지더라.
그런데 내가…바쿄시니씨 한 분 덕분에 2014년 마지막 날 ‘본인=아주아주 행복한 사람’이라는걸, 아니 ‘본인=무지 행복해야만 하는 운명의 수레바퀴의 한 톱니바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쿄시니씨 콘서트며 뮤지컬이며 게스트공연이며 그 무엇이든 지방 공연이 있으면 운전해서 편하게 다녀야겠다’는 성냥불 같은 작은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2015년 첫 날 해맞이 하러 간 인천에서 추워서 바로 뒤집어지는 내 피부와 운동을 해도 엄습해 오는 냉기에 속절없이 으슬거리는 몸을 위해, 드림카를 하나 장만해야 쓰겄다. 중고로.. 그렇게 드림카를 위해 달리다보면, 이러저러 2015년 잘 지내고 2016년 해맞이를 하러 갈 수 있겠지. 차안에서 바쿄시니씨 칡즙 들으면서 –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콘서트 후기가 되어버린 나의 일기. 끝.
PS. 바쿄신씨는 20주년, 30주년이 되면 내 삶에서 좀 지분이 줄어들까. 한 예술가에 대한 이 범우주적이며 아가페적인 사랑을, 계절따라 이따금씩 전국으로 쏘다니는 며늘아가의 귀여운(=알고 싶지 않은) 취미생활로 받아들이며 눈감아줄 시댁을 만날 수 있을 것인가…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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