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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사이버 일기장

장민승 & 정재일 <the moments> @원앤제이갤러리. 2012.12.15.

by LANA. 2012.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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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moments

공간이 있고, 사진과 음악이 있다. 그 공간 안에 오롯이 혼자 들어가 사진의 빛과 그림자, 음악의 일렁임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전시에 다녀왔다. 사진작가 장민승과 뮤지션 정재일의 <the moments>.

기간 : 2012.11.28~12.18

장소 : 원앤제이갤러리 (특전? 재일씌가 전시장에서 직접 연주도 해줬다는..담에는 요런 기회 놓치지 않으리♡)

전시 정보 : http://oneandj.com/ko/portfolio/the-moments/

 

 

 

˚ 정재일의 음악

요즘 가장 많이 듣는 것 같다. 처음에는 조금 어둡게 느껴지기도 했는데, 들을수록 풍성하고 너무 많은 감정이 들어 있는 것 같고, 이야기가 읽히는 노래 같아서배경음악이 아니라 노래에 온전히 빠질 수 있는 노래라서 좋았다. 정규 1집 수록곡 중 <새벽달>부터 시작해서 <남쪽으로> <눈물꽃> <그럴지도 모른다고...> <내일까지는 얼마나 남았지?> <천사의 손길> 등. (전부잖아?;;;) 그리고 이제는 그가 프로듀싱하거나 편곡작업에 참여한 노래까지 찾아 듣는 놀이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니...김동률&이상순의 베란다프로젝트 앨범에서 정재일이 참여한 <Train> <기필코> 등을 들으면서 깨알같은 소소한 행복감에 젖어 있는 요즘.

 

평온, 순수, 남자다잉, 피부좋음 느껴지는 재일씌

 

그런데 트위터에서 우연히 알게 된 소식. 정재일이 전시 음악을 한다? 브로셔에 소개된 두 작가의 일대기를 보니 장민승이라는 사진작가와 꽤 오래 전부터 친분이 있었던 것 같은데 바다 사진을 배경으로 음악을 만들어 전시회를 한다니 너무 궁금했다. 안타깝게도 13일에 재일씨가 마지막으로 전시장에서 직접 연주까지 해주었다는데 ㅠㅠ 여튼 12 18일 대선 하루 전까지 있는 전시라, 마지막 주 주말에 게을러 어지러울(!) 마음도 정리하고, 김작가와 함께 산뜻하게 환기하러 출발!

 

▲“저희는 그런거(관람료) 없어요라던 고고한 가회동 원앤제이 갤러리는 무료 전시라기엔 좀 아까울 정도로 좋았다. 안국역에서 조금 걸어 도착한 곳. 북촌 놀러올 때마다 무심히 지나치던 곳에 있던 원앤제이 갤러리. 앞으로 자주 갈 것 같다. (^_^) (우: 원앤제이 갤러리 가는길. 안국역 2번 출구서 쭉 나가다 재동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으면 나온다.)

 

 “스피커 앞에 가만히 앉아 귀를 기울이는 것보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어딘가로 이동하는 시간이, 이제 우리가 주로 음악을 듣는 시간이 되어 버린 만큼, 음악에 대한 기억은 늘 장소와 시간에 대한 기억과 이어져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음악을 들으며 이전에 언젠가 그 음악을 들었던 장소와 시간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 <the moments> 소개 글귀 중.

 

대장나무 박효신씨 노래를 들으면서, 그때와 그 장소와 그 상황의 내 마음을 쓰다듬었던 나로써는 이 전시 소개가 이보다 더 와 닿을 수 없었다. <LOST> <메아리> 외 수많은 그의 노래들이 기억으로 이어졌으니까. 눈이 펑펑 오던 겨울, <LOST>들을 때 지하철 안에서 눈물바람에 실려 다니던 그때가 떠오르는 것처럼. (논외지만, 막콘에서 들었던 <눈물날려그래>는 맘 아퍼서 못듣겠숴 꺼이꺼이ㅠㅠ)

 

 

여튼 올해 태풍 볼라벤이 상륙했을 때 장민승과 함께 제주도까지 가서 태풍에 24시간 노출되며 찍어 왔다는 바다 사진과 영상. (위 브로셔 참고ㅋ) 그 이미지 위에 정재일의 음악이 더해지고, 사진이 빛의 움직임에 따라 조금씩 함께 움직이는 듯한 ‘photo-phonics’ 기법까지 더해져 멋진 전시가 되었단다. 태풍에 용솟음치는(!) 바다를 만났을 때, 그곳, 그때의 재일씨의 심상이 피아노로 표현 되었는데음악에만 갇힌 천재가 아니라 다양한 시도를 해오며 이미지와 함께하는 전시로 표현해 내는 정재일. 멋지다. ♡ 

 

이번 전시음악 녹음 중인 듯한 정재일. 예술가의 맨발 투혼 ♥_♥ 우측 아래는 브로셔에 소개된 그의 악보.

 

˚ 감상포인트

전시 공간은 지하1, 1, 2층 총 3곳이었는데 관람객이 각각 혼자 들어가서 감상하게 되어 있었다. 김작가님과 같이 들어갔다가 살포시 나와 다른 공간으로 이동. 홀로 공간에 들어가는 게 겁이 났었는데, 이어폰을 끼니 갑자기 암전이 되면서 눈앞이 깜깜해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순간이 어찌나 겁이 나던지기 약한 나에게는 깜짝깜짝 놀란 수 초의 (=억겁의) 순간들이었으나 다행히 재일씨 피아노 소리에 의지해 버텼다.(팬심은 강하다) 몇 초가 지나면 서서히 눈앞에 바다 사진이 보이면서 빛과 그림자들로 일렁이는 파도와 응장하면서도 섬세한 피아노에 점점 마음은 바다 속으로

 

The Moments 음원 들을 수 있는 곳   

 

                                 

<grey> <black> <white>

세 가지 바다 사진이 한 공간 안에 있어 음악의 변화와 빛의 변화에 따라 약간씩 몸을 틀어 감상 할 수 있었던 작품. (위 사진은 white)시커먼 물색에 질겁하는 나는 검은색 <black> 사진 앞에서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았다. 같은 바다임에도 <grey, black, white>로 보이는 이유는 그냥 네 심상 때문이라고재일씨 피아노가 다정하게 이야기해주는 느낌. <white>앞에서 반짝반짝~이는 피아노 소리는봄을 닮은 내 주변의 몇몇 사람들이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해 줄 정도로 참 예뻤다. <grey>는 음며칠지났다고 생각이 안나네 ㅠ

 

<Sunset>

가장 윗층 공간에 있던 <Sunset> 시작부터 강렬했는데, 쾅쾅~내리치는 피아노 선율에 깜짝 놀라 잔뜩 움츠리고 있던 마음이 덜덜 떨리면서 멍해지기까지그래. 그랬었지. 바다와 하늘이 구분되지 않게 온통 시커멓게 움츠리고 있다가 눈이 부시게 나타나는 일출에 깜짝 놀라는 순간들이 반복되고. 삶이 그런 것 같다는 혼자만의 생각.

 

<the moments>

지하1층에서 끊임없이 나오던 태풍에 일렁이는 바다 영상. 멀리서 보면 그냥 바다일 뿐인데 가까이 가면 비바람에 저렇게 뒤집어(!)지고 섞이고 화내고 우는 것 같던 바다의 영상. 태풍 볼라벤때 어떤 마음으로 저 영상을 찍고 있었을 지 두 사람이 대단하기도 하고...태풍을 정면으로 맞으며 저 곳에 있었을 재일님이 상상되면서팬심은 깊어져만 가고음악에 따라 신기하게 용솟음치는(!) 파도 물결에 오소소 소름이 돋기도 했다. 가만히 앉아서 쉼없이 보고 싶었으나 그대로 멍때리다 반나절은 지날 것 같아서 여기서 전시 감상은 끄읕.(^_^)

 

전체적으로내 마음속 깊은 곳의 마음속의 마음을 들여다 보고 온 전시였다. 인셉션인가요(팽이 안돌려도 되겠네ㅋ). 내 안의 안을 계속해서 가만히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멋진 사진과 고마운 음악. 그리고재일씨는 참 멋진 사람인 것 같다…♡

 

PS. 공연 브로셔에 적혀있던 작사가 박창학씨의 솔직한 공연 감상도 굉장히 와 닿았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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