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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사이버 일기장

어버이날 산행

by LANA. 2010.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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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 다녀왔다. 본의 아니게 어버이날을 맞아 홀로 등산을 하게 되었는데, 나르시시즘과 효심이 폭발했다. 친구분 만나러 가신다기에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고, 친구들도 그들 부모님께 효도하는 날이니 부르기도 뭣하고 해서 일단 출발했다. 집에서 가까워서 20분만에 입구에 도착, 안팔려서 50% DC된 김밥까지 사들고 올라갔다. 팔랑팔랑 대며 걸어가는데 절로 흥이 나더라. 청바지 입고, 런닝화 신고 온 사람은 본 바로 나 하나였으나, 하얀 컨버스 하이탑으로 제주 올레코스와 한라산을 정복했던 나이기에 (그러다 신발 다 찢어지고 근육통와서 밤마다 눈물을 흘렸었지) 그냥 갔다. 어차피 험한 등산로도 아니니… 점점 올라갈수록 가족단위 산행객들을 보며 나는 왜 부모님을 그리워해야 했는가^_^; 풍경들을 사진에 담으며 나는 왜 스무살 감성의 나르시시즘에 도취되어야 했는가^_^;

 

루시드폴 <오, 사랑>을 흥얼거리며 지나가는 나에게 아주머니들 말씀.

“어머 저 아가씨 혼자 노래하면서 가네 큭큭”.

 

‘예. 아즈마니. 저 혼자 잘 노는 잉여입니다.^_^ 영화, 밥먹기, 장거리 여행, 쇼핑까지 커버가능합니다. 어버이날에 혼자 등산하는 여자 심심해 보였죠? 근데 저 산에서 <엠블랙>출연하는 라디오도 듣고, 라디오에 문자도 보내고(녹음방송이었을까? 지난주에도 승호 나온다고 문자를 몇 개씩 보냈는데 녹음이라던데…정보 늦는 할매미ㅠ), 김밥도 까먹고 셀카 찍고 스무살로 돌아간 기분이었답니다. 스무살에는 용기가 안 나서 못하는 일들을 나이 먹어 뻔뻔하게 하고 있으니 굉장히 신이 나더라구요.’

 

아무튼 올라가는 길에 웬 벌쉐이 한마리가 귀에서 자꾸 윙윙대서 고개를 움츠리고 오만상을 찌푸렸다. 비록 내가 바퀴를 태워죽이는 여자이지만, 벌은 바퀴처럼 눈치있는 애가 아니라 무식하게 쏠 수도 있잖은가. 사람이나 곤충이나 무식한게 젤 용감하고 젤 무서운기라…

‘짜식, 꽃을 알아보는구나’ 싶어 휘파람 불며 올라갔는데…

잠시 쉬며 사진 좀 찍으려고 멈추자마자 발견된 한 마리의 날파리

이런 날파리 잉여야. 너 누가 벌 코스프레 하라고 했냐? 엉?

아무튼 겁이 너무 많아도 탈이다

 

사진을 찍으면 심리 상태를 알 수 있다고 들었는데,

찍은게 죄다 산길에 차라라~달려있던 색색의 등이다. 길을 밝혀주는 즐거운 길잡이가 "필요하다"는 것인가. 그 길잡이가 "되고 싶다"는 것인가. 나는 늘 방향이 있는 사진을 찍는다. 지금쯤 안정되게 정착해야 할 나이인데, 아직도 나는 꿈을 꾼다. 땅에 발 좀 딛자 라나야.

 

 

                          

"나 김밥 맞으니까 드시오" 딱 그맛... 50% DC된 너...큰 기대는 안했다만^_^

꽃잎들이 옹기종기 이쁘더라. 승호같은 연하에게 멘트함 날려 줘야 되는데^_^ "호호 떨어진 꽃도 아름다와"

등잔 밑에 있는 꽃이 더 흐리다.

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빛 한줄기. 이곳이 천국일세 상투스를 울려라~

차라라~본격 등 사진 시작.

길에 정렬되서 차암 이쁘더이다.

저 끝까지 늘어선 등들아. 내 인생도 밝혀주렴.

등이 주인지 절이 주인지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저 바위에 걸터 앉아 승호와 발을 담그고...망상...

너와 함께라면 시퍼런 저 물에도 튜브없이 뛰어들텐데~날아들텐데~

어딜 가면 꼭 찍는 이정표들. 옆에 소원비는 돌무더기 보고 힘! 갈피 잡자 라나야.

뜬금없이 웃겨서 찍었는데, 아무래도 회사에 응어리진게 분명하다 ㅠ 잊자. "저...근데 허가 어디서 받았어요? 건드렸다가 횽이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질수도 있어서요..." 더러운세상!!!... 즐겁게 다녀와서 이러지말자..하아...^_^

 

 

 

 

 

 

다녀와서 고기 굽고 이것저것 지글지글해서 한 상 차려드리고, 맥주 드시고 싶다기에 버드와이저로 사다 드렸다. 어버이날이 특별한 것이 있나. 늘 카네이션 한 바구니를 사드리고는 했는데, 이제는 최고의 선물 현금을 드리고, 꽃 값으로 고기나 과일을 산다.

 

철들자.

부모님 더 나이드시기 전에, 효도하자.

땅에 발 좀 붙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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