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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사이버 일기장

이루어짐과 뮤지컬

by LANA. 2010.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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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다. 이루어지다.
몇번의 크고 작은 이루어짐들에 비추어보았을때,
그것들은 내가 쓰러지기 직전에
현기증이 나고 목이타고 다리가 풀려서 주저 앉기 직전에
찾아오는것 같다.
벅차게, 놀랍게
.




                                           
             

언니가 표를 줘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봤다. 가수랑 노래에만 반응하는 일관된 문화생활때문에
내가 티켓 끊은 적이 단 한번도 없고, 3년전에 남자사람이랑 두번, 2년전에 언니랑 한번, 올해 또 언니랑 한번이 다다.
귀에서 마음으로 반응하는 콘서트나(눈과 귀와 마음이 반응하는 박가수 콘도 있지만..^^),
눈에서 마음으로 반응하는 연극 혹은 영화에만 익숙해서,
눈과 귀가 동시에 열려야 하는 뮤지컬은 어디로 먼저 반응해야 할지 몰라 산만하게 느꼈기 때문에.
그래서 뮤지컬 후기는 머리로 "아 재미있네..." 가 다 였는데, 언니와 갔을때만은 달랐다. 
 
'이제 이 나라를 떠야겠다. 대한민국에는 희망이 없다.' 를 입에 달고 살며,
지금와서 떠올리면 우습지만, 무지하게 심각했던 2008년 12월.
언니가 뮤지컬 [루나틱]을 보여줬다. 정신병자들의 이야기였는데, 이해받지 못해서 슬프고 외로웠지만
그 병동 안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유쾌하게 외치던 [루나틱].

맨 앞자리에서 봤는데, 비니 눌러쓰고 앉아서 정줄을 놓고 있었던 것 같다.
춤이며 노래며 대사가 안 보이고 안 들렸으니까. 
그런데 뮤지컬이 시작한지 얼마 안되서, 정신병원 환자복을 입은 남주인공이 끼를 부리면서 앞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이상해..뭐야..오지마..' 를 속으로 외치고 있었는데,

무대 아래로 풀석~뛰어 내려온 남주인공이 갑자기 나에게 포옹을 했다.
이 한마디도 했던것 같다. 
"왜 이제왔어요..."

'당황, 꺅, 뭥미, 내가 불쌍해 보였나, 누구세요, 갑자기 왜이래, 근데 잘생겼넹, 고맙습니다?'
난 대충 이런 감정이었던것 같다.

그때부터 고민에 얼어있던(?) 마음이 스르르..풀리면서, 집중해서 깔깔대며 공연을 봤었다.
고마운 남주에게 시선고정, 환호성을 지르면서 후반부 즈음에는 콘서트처럼 일어서서 방방 뛰었던 것 같다. 
끝나고서는 언니가 사준 밥도 맛있게 다 비우고 가벼워진 머리속을 느끼면서, 집에 돌아와 일찍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전화한통을 받았다. 
"합격하셨습니다."




[루나틱] 2년후, 언니가 또다시 보여준 [브로드웨이 42번가].
아이돌이었던 바다, 최성희씨가 보라색 반짝이 드레스를 입고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노래를 부르는 클라이막스. 
정말로.. 벅차고 멋졌다. 꿈을 이루는 뮤지컬 배우 지망생의 이야기 였기에, 숨돌릴틈 없이 춤추고 노래하며 
쓰러지고 나서도 다시 일어나서 스타배우의 꿈을 이루는 모습이 너무 크게 와 닿았다. 무대에 서고 싶어하는 기운이
먼 객석까지 느껴지는 간절함이랄까. 바다 자신의 이야기인지 헷갈릴 정도로, 신나는 기운을 느낀 것 같다.
오랜만에 뮤지컬을 보면서 마음이 가득차서, 2년전에 [루나틱]을 보고 나왔을때의 느낌도 다시 떠오르고,
새삼 언니한테 많이 고마웠다.

 이 정도로는 현기증도 나지 않으니까
 얼마후에 지금을 떠올려봤을때 스스로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2년 전의 내가 오로지 나에게 집중했던 것처럼,
 벅차고 놀랍게 이룰 수 있도록,
 작은 것들에 지치지 말고,
 부모님의 걱정도 이제는 능글맞게 웃어 넘기면서,
 이룬다는 것, 그거 다시 결과로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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