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리의 낮과밤. 올해 아니면 내년에 가고 싶다. 숙소도 에펠탑 근처로 잡아서 침대 위에서 반짝반짝 - 거리는 화이트 에펠 보고
싶다.
다음 장을 위한 구구절절한 외침
요 몇 년 회사 생활의 스르레스를 풀 곳이 마땅치 않아 삶의 희로애락이 희미해지는 것 같아,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그리고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에 사로 잡히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오 나 좀 성숙한 것 같은데?’ 싶다가도 잘 안 된다. 성숙한 인간이 되기는커녕 점점 이 감정을 어떻게든 종교적으로 풀려다 보니 파고드는 성격 탓에 잘 안 됨.
삶은 끝없는 생채기가 나는 순간들이라지만, 이제는 생채기가 안나고 싶어서 회사 들어가기가 싫어지는 마음인 걸 보니, 회복이 덜 되었다. 아직도 용서가 안 되는 인간들이 여럿 이다. 주님은 나 대신 전쟁을 해주시는 분이라지만, 정말인지 자꾸 의심하게 되고 속상하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면 내가 회색 인간이 된 것만 같고. 실컷 신앙으로 풀었다 생각했다가, 그것도 감당이 안 되는 순간들은 죄 없는 친구 3명 돌아가면서 붙잡고 더 징징 거리게 되고. (주요 3인들아. 정말 고생이 많다.)차라리 블로그에다 일기라도 싸지를 것을. 아무튼 앞으로는 여기가 내 대나무숲이 되는 것으로.
사실 그때 그때 난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고, 현명하게 넘기든, 참다가 맞서든 둘 다 했지. 사람으로든 시스템으로든 잘 활용해서 대한민국의 이 문드러진 조직에서 나름 선빵하며 잘 넘겨 온거다. 피해의식이 생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숨만 쉬면서 다니는 분들에 비하면 ‘쟤 왜저러냐’ 싶을 정도로 할말, 할일 내 선에는 다 해왔으니까. 그렇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것이 들여다보면, 생채기는 잘 아물지 않는 것이고, 나도 심정적으로 다독이는 시간이 필요한데, 그게 꼭 다시 회사를 가려고 하면 불쑥불쑥 떠오르는 것이다. 싸울 힘이 없으니까, 돌아이불변의 법칙을 외면하고 완전 무결한 조직을 찾는 것처럼.
아마도 헤드헌터랑 대화를 하며 과거의 일들이 생생하게 환기 되서 그런 것 같다. 면담이 끝나면 헤드헌터 -> 면접 -> 일하면서 후달릴 코스가 떠오르면서 지레 겁을 먹게 됨. 결국 입퇴사의 반복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모든 과정이 지겨워 진다. 공통적인 질문들, 서류를 보면 그네들 입장에서 당연히 궁금할 것들에 대답도 해주기 싫다. 대답 하다보면 자꾸 옛날 생각 나니까, 그때로 회귀하게 됨. 입도 떼기 싫을 정도로 지겨운 순간들. 더구나 예의까지 없는 헤드헌터라면 더더욱.
헤드헌터 예시
1. 갈팡질팡하는 꼰대형
인사팀 – 헤드헌터 – 나 이렇게 중간에서 연봉협상 얘기를 하는 단계였다. 헤드헌터가 조율을 하지는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인사팀 얘기까지 전하면서 자꾸 내 기를 죽임. 기죽는 내가 아니지만서도. 난 연봉이 중요한 스타일이 아니라, 내 업무와 사람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스타일이므로 부풀리지도 않고 너무 정직해서 탈이었음. 깎지 않는 이상 맞춰줌. 그렇지만 헤드헌터는 00만원을 기어코 깎아야겠다기에, 얼마 되지도 않는건데 그대로 달라고 안된다고 했음. “니 업계 연봉 그거 아닌거 아는데 거짓말 하는거 아니냐” ”어허~회사 가서 조용히 못있고 자꾸 대들겠는데?” 라는 말도 안되는 말을 씨부림. 인사팀이 한번 더 연락와서 00만원을 깎지 않는다면, 다른 지원자를 찾아보겠다고 해서, 아이구 속시원해서 그러라고 했음.
1주일 후 다시 헤드헌터에게서 전화가 옴. 인사팀에서 다른 지원자 리젝하고 나로 컨택하라고 연락이 왔다면서 연봉 조금 올려줄 테니까 기획안을 써오라고 함. 인사팀은 내 연봉을 깎고 싶지만, 대표님이이 내가 맘에 들었다고 돈 더주고 데려오라고 했다 함. '장난 지금 나랑 하냐' 싶어 분노했지만, 그래 구직자인 내가 아숩지. 면접때 자체적으로 써간 기획안 활용해서 써줌. 합격함. 결국 출근 안함.
지들이 나를 놓쳤던 1주일간 ‘출퇴근 3시간에 갈까말까 고민했던, 회사평도 안좋아서 긴가민가 했는데, 안 되길 잘 됐다’ 하고 있었거든. 그리고 대표님도 '회장님 아들'이어서 어지간히 별로였어요...젊은 시절 많이 논듯 뵈던데, 면접중에 와이프랑 전화를 하질 않나. (참 신선해서 웃음 터질뻔했다ㅋㅋㅋ) 옆에 부장님들 고개 떨구시고.. 이긍 너희들이 구글이라도 그따구로 행동하면 안가징. 본인 파악부터 하고 지원자 간을 봐야지. 어지간해야지 지원자를 요리조리 후려치니까 나도 빈정이 상할대로 상한 것이다. 뻔하거든 그런 회사. 들어가서도 어떻게 사람을 후두려칠지 보이니까. 갈팡질팡 하시며 중간에서 심정적으로까지 후달리게 해주신게 큰 것이다.
2. 겁박하는 꼰대형
연봉협상 과정에서 이전 회사 원천징수영수증을 의심하면서 역산해 보니 기재한 연봉이 아닌 것 같다는 순진한 이야기를 해주심. 갑근세 운운하면서 ‘떼보면 다 나오거든요?’ 를 비롯 의심을 계속해주심. “아 떼보세요.”랬더니 이번에는, 사고로 인한 2015년의 공백이 거짓말 일 수도 있으니(라고 했지만 결국은 직급이나 연봉을 깎기 위한 술수) 관련 서류를 내라고 함. 하나라도 꼬투리 잡으면 깎으려는 것이지. 여기까지는 이해함. 워낙 세상에는 자신을 속이는 도라이들이 있으니.
분노를 삭이고 당시의 진단이 담긴 의사 소견서(진단서)를 제출했더니, 다친 부분의 MRI CD까지 제출하라고 하네? 황당해서 그걸 왜 내냐며 진단서를 이미 냈는데, 왜 또 그 병원 찾아가서 내가 CD까지 사서 내야 하냐, 그럼 MRI CD 발급비 처리해 달라고 함. 이를 들은 헤드헌터 대표가 전화로 불같이 화를 내면서, MRI CD 안내면 채용을 ‘드랍’하겠다고 함. '알겠으니까 남의 사고 갖고 의심한 너희 잘못이다. 진단서 줬으면 됐지, 예의없이 말도 안되는 MRI 의료기록까지 내라마라 사람 난도질 하는거 보니, 당신들 덕분에 나도 입사할 의지가 사라진다. 그냥 드랍 하시라'고 함.
그렇게 유유히 다른 회사 준비하고 있는데, 헤드헌터 삼실의 과장급 헤헌이 전화와서 중재. '결국 서류 확인 과정인데 자기 대표님이나 너나 서로 감정 싸움하지 말라'고, 니가 대기업을 안 다녀보고 외국계나 중견 홍보쪽에만 있어서 분위기를 모르는 모냥인데, 보통 그런거 떼는거 어느 회사에서도 내가 있었던 삼성도 비용처리 안 해준다며 감정싸움 하지 말라고 달램. 삼성.. (그노무 삼성 대기업 타령. 대기업 나도 600:1 뚫고 다녔구요라고 하고 싶었지만 찌질해 보이니까 속으로 삼킴) 그래도 어느 정도 옳은 소리 하면 수긍이 가는 거다. ‘그래 괜히 억울함이 올라와서 지질하게 흥분한 내 탓이요. 내 탓이요. 제가 채용 과정을 잘 몰라서 그랬네요’ 하면서 CD 떼서 내줬음. 그런데 채용검진 의료재단에서 “의료법상 이건 제출하면 안된다”며 “이걸 인사팀 누가 내라고 했냐면서 그냥 일단 카운터에 보관만 하겠으니, 채용검진하고 찾아가라”고 함. 아...하하하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얼마나 쓰잘데기 없는 감정 + 돈 낭비, 헛짓거리였던가? 결국 겁박하는 이유가 채용 수수료 못받을 것 같아서 지레 겁이 나서 인사팀 쓰잘데기 없는 요구를 중간에서 조율을 못하고, 채용대행사에서 그렇게 사람을 찔렀던 듯? 일하느라 바빠서 찾아갈 시간도 없고 결국 MRI 영상 기부로 마무리했다는 웃픈 이야기.
면접관 예시
1.열등감이 많은 꽈배기형
면접을 가서 팀장이랑 어느 정도 얘기를 해보면 각이 나온다. 소개팅 한번 하고 그 사람 각나온다는 친구 심정이랑 똑같음. 이 회사는 업계 1위의 자부심을 대내외로 피력하는 곳이었는데, 역시나 면접관으로 들어온 팀장은 일이 많이 힘들었는지 열등감이 많았음. 꼬여있고 열등감 많은 사람은 고맙게도 자신을 잘 드러내 주니까, 다행이긴 하지. 이런 유형은 같이 일하고 싶지 않으니까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를 입밖으로 내주게 된다.
예를들면,
면접관 “이것저것 많이 해본 것 같은데, 막상 하고 싶은게 안 보이네요?”
나 “(어떻게 알았대? ㅎㅎㅎㅎㅎ) 아 어쩌구 저쩌꾸 (지어내고 있음)”
면접관 “(말 끊으며)10년 후에는 뭘 하고 싶어요?”
나 “(정색하고) 10년이요?.............(이하 마음의 소리 생략) ”
면접관 “아..그럼 5년, 아니 3년 후에라도”
나 “(영혼없음) 블라블라”
이외에도 다양한 군상들이 있지만 중요하지도 않고 기억이 안남. 면접에서는 막상 기분 나쁜 적이 거의 없었다. 대놓고 꼰대면 그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해주면 그만이니까 기분이 상하고 자시고도 없다. 어차피 기대가 없으므로. (하..이렇게 냉소적이 되다니) 이런 면에서는 프로 이직러라 자평해 봄. ㅎㅎ 그래도 재미있었던 몇 분들을 들어본다면
2. 결혼 상담사 유형
결혼을 물어볼 때 마다, 욱하던 때는 이미 지나갔다. 결혼퇴사나 육아휴직으로 생길 공백을 걱정해서 하는 질문인걸 알기 때문에, 비꼬지 않는 이상 그네들이 듣고 싶은 얘기에 연기를 곁들여 겸허하게 읊어준다. 이래서 한국이 답이 없는 거다.
사례1) 결혼 돌려 물어봄
면접관 “사귀는 사람 있으세요? (들어오자마자 결혼한다고 막 휴가쓰고 막 임신해서 육아휴직 쓰고 그럴거임?)"
나 "아니요. 없습니다. (다음달에 청첩장 돌리지는 않을테니까 걱정 노노)"
면접관 "아이구 연애도 하고 하셔야죠"
나 "괜찮은 사람 있으면 소개 시켜 주세요 ^^"
면접관 (빵터짐)
사례2) 진심으로 걱정해줌
면접관 "아이구 어쩌다가 아직까지 결혼을 안했어?”
나 “글쎄요 이직을 하면서 일만 하기도 했고, 돈을 많이 못모아서 안정성이 좀 떨어져서 그런 것 같아요. ^^”
면접관 “아직 삼십대 중반 안됐어~이전 회사보다 연봉이 많이 깎이겠지만 다니다 보면 결혼도 할수 있을거야”
나 “네^^(어리둥절)”
3. 학생부가 궁금한 유형
이건 최근에 겪은 에피소드인데, 졸업하고 10년동안 면접 보면서 처음 있었던 일이라 신선했다. 아래도 면접관 듣고 싶으신 대로 멘트 날려드림.
면접관 “고등학교 어디 나왔어?”
나 “어디어디입니다.”
면접관 “아 거기~어느 수준이야?”
나 “아 자립형사립고라 중학교때 시험봐서 들어갔고, 열심히 했습니다.”
면접관 “그럼 서울에서 어느 고등학교 수준이야?”
나 “아..ㅎㅎ 서울은 잘 모르겠고 분당의 서현고 정도 된다고 들었어요.”
면접관 “아 진짜? 고등학교때 공부 잘했다면서 왜 스카이 안나왔어?”
나 “하하 그러게요. 스카이 지망하긴 했었어요. ㅎㅎ”
면접관 “(신나심) 아~ 떨어져서 거기 갔구나?”
나 “^^ 네 맞습니다. 그래도 6학기 동안 장학금도 받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즐겁게 다녔습니다.”
면접관 “(더 신나심) 에이 학점이 4점 대도 아닌데 이 학점이면 높은건가? ”
나 “하하..(0.02점 모자라서 미안합니다)”
옆에 있던 다른 면접관 “(수습) 높은거에요 (그만 좀 하라는 표정)”
일부러 몰이하면서 인성평가(?)를 했던 건지, 본인을 드러내는데 너무 순수한 꼰대 면접관이자 이전 회사 이사님이셨던 분임. 대놓고 순수하셔서 차라리 귀여운 타입. 초등학교, 유치원때 나 되게 잘나갔는데 왜 안물어보지 싶었음. ㅋㅋㅋ
결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일 9시 30분 중국어 수업을 가야 하지만 이렇게 새벽까지 블로그에다 한풀이를 하고 있다. 오늘도 예배가 끝나고 ‘제발 회사에서의 일들, 도라이들 생각에 지레 저를 지치게 하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심각하게 기도를 했다. 이런 생각들이 작년 내내 나를 괴롭혔는데, 결국 내가 털고 앞으로 못나가게 하는 주요 원인이 되었기 때문. 우주만물 삼라만상 다 연유가 있어서 그렇게 나고 쓰여지는 것을, 도라이들이 '왜' 그런지 답이 없잖나? 그냥 도라이로 쓰임받기 위해 태어난거임. 바로 그거야! 너희들의 삶의 이유는 도라이짓 그거라고. (나 교인맞니..)그런데 나는 아직도 떠올라 도라이들을 더 괴롭혀 주지 못했음에 분해한단 말이지. 나름 할말, 대거리 다 했음에도 마음이 지쳐버리니까. 은연중에 회사원 생활을 지레 포기하게 되고, 의욕없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살게함. '내가 겪어 봤는데 모든 회사가 그렇고 그렇지' 가 심해지고.
"그렇고 그렇겠지만, 나는 거기 휩쓸리고 싶지 않달까? (급반전)"
그게 ‘어떤 것을 열렬히 좋아하면 생기가 생기는’ 더쿠 dna를 가진 나에게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 언니들 말대로 ‘다 그지같애(그니까 아무대나 가서 나처럼 버텨) 나도 할거 없어서 공무원 했어.’ 라는 직딩의 삶에 나는 동의할 수가 없다. 이렇게 투쟁(?)사 같았던 지난 내 직딩러 인생이 너무 불쌍할 것 같거든. 그럴려면 뭐하러 좋아뵈는 회사 그만두고 기자 준비 했던가 싶고 말이지. 일말의 ‘그래도, 좋은 사람들, 경력과 이어지면서도 내가 신나게 잘하고 싶은 일들’을 찾고 싶은 것이다. 나는 그렇게 젖은 낙엽처럼, 세상 다 산사람처럼, 회색인간처럼 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다사다난했던 와중에 이 정도 멘탈 붙잡고 넘겨온 것도 장하니 이제 다음 장으로 넘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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