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한지 2주가 되었다
오전에 3시간 알바를 하고 있다. 이주일 됐는데, 좀 피곤하긴 하지만 기분이 좋다. 뭔가...한없이 늘어졌던 마음이 다시 조이고 있는 느낌?
우리나라에 임대사업자가 이렇게 많았나..를 새삼 느끼게 되고, 폐업 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니 경기가 안 좋은것도 느끼겠고.건강보험료 줄이려고 서류 떼가는 분들 보니 어려운 사람들도 참 많은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첫날 나보다 한참 어려보이는 공무원들 옆에서 일을 배웠는데, 부러웠다...일찍 공무원 수험의 문을 통과해 자리잡은 친구들. 그렇지만 난 공무원시험을 보지 않을 것이므로..나의 길을 간다. ㅎㅎ
일하면서 느낀점들이 있는데,
우선 좋은점~
방문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보니까 서류 작성이 어렵게 느껴질거 같아서 좀 상세히 알려드리는 편인데,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참 친절하다" 이런 얘기들을 듣게 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꾸벅 인사하고 가시는 분들도 많은데, 한국사람들 쥔짜 착한거 같아..
솔직히 물어본거 또 물어보고 본인이 작성할거 미루고 서류 발급하는거 다 해달라고 이러시는 분들 보면 처음에는 다 해주다가, 계속 반복되니까 욱도 올라왔는데..40년대에 태어나신 할머니 한분이 궁딩이도 팡팡...해주셨다는...어색하게 하하...웃고 말았다는 ㅎㅎ
외로우신 분들이 많다 보니 별별 얘기 듣게 되는데, 오늘은 한국전쟁 참전용사 모자를 쓰고 아드님이랑 같이 오신 할아버님이 전쟁얘기 하는것도 들어드리고..그랬다.
세금 관련해서 은근히 부가적인 내용들을 알게 되는 느낌.
공무원분들 보면 여유롭고 다들 친절하게 대해주시는데,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나도 안정적인 조직으로 가야지...하는.
같이 일하는 2000년생 아가 친구가 너무 귀엽고 수다떨면서 티키타카 할때 재밌다. 그리고 야무지게 일도 잘하는 친구라서 배울점도 많다. 센스있게 삭삭 물어보면서 일도 유드리있게 잘하고 말도 어찌나 잘하는지...칭찬했더니 "자본주의 말투"라면서 ㅋㅋㅋㅋ 여튼 넘 의젓해서 이 언니가 많이 배우고 있다.
집에서 5~10분 거리라 교통비도 굳고 출퇴근 시간도 부담 없고 좋다.
한시간은 영어 공부도 쫌쫌따리 하면서 하고 있는데 2주째 안밀리고 했더니 은근 뿌듯하다. 친구랑 카톡으로 인증하는 영어 스터디가 5월 부터 자체 중단하고 밀려있었는데...다시 시작하니까 기분 좋아..역시...나에게는 일정한 루틴이 있는 생활이 맞는것 같다.
외국인 민원인이 와서 영어로 안내 해줬는데 용어가 생각이 안나서 좀 당황했지만~재밌었다. 세금관련 단어로 몇개 실전으로 습득하게 되고 말이지. 부가세가 생각이 안나서 찾아보니 VAT...아이고 ㅋㅋㅋㅋ
별로인점~
며칠에 한번씩 빌런이 왔다 가는데, 소리부터 지르고 화풀이 부터 하는 사람들이 있다. 보면 놀라운데..드라마에서나 들을법한 대사들 (예를 들면 "내 세금으로 너희들이 먹고 사는데 사장 나와! 어쩌구 저쩌구...") ㅎㅎ 그래도 공무원분이 커버해주셔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재산이 압류 당했다거나, 폐업을 했다거나, 체납을 했다거나..상황이 안좋다 보니 속에 화가 많은 민원인이 종종 오는데 그들의 짜증과 화를 이제는 한귀로 흘리지만 처음에는 기가 빨렸다는거..집에와서 한 두시간씩 낮잠 자고 기절하게 되더라.
반말 찍찍 하거나, 아래위로 훝어보면서 "멋있다~아가씨" ㅇㅈㄹ...인 무개념들이 있지만...넘긴다.
아무튼 하루에 얼마 받지는 못하지만 나름 생활의 체계를 잡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 꿀알바.
집에와서 낮에 피곤해서 쓰러져자는건 점점 개선되고 있는데..그래도 여전히 피곤하다. 운동으로 체력을 올려야 겠어..
다음달에도 알바는 계속 된다. 와중에 필기 시험들 꼭 붙었으면 좋겠다..합격해서 세종으로 내려 갔으면 좋겠다..그치 오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