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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질/박효신 (1999~2020)

박효신 "HAPPY TOGETHER", 인천, 2014년 마지막날의 기억

by LANA. 2015.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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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콘 이후로, 지난 2년간 감정을 더 잘 숨기는 어른이 되었다.

바쿄시니씨 15주년 전국투어 <HAPPY TOGETHER>의 마지막, 인천 공연으로 출발하며 눈으로는 책을 읽고 있었지만, 지하철에서 또 사람들에 치여서 인천으로 가고 있는게.. 그저 발 옮기기가 귀찮고 차가 없는 게 한이 되고(ㅎㅎ) 다음날 해돋이 스케줄이 어찌되고, 사진 빛조절을 어떻게 해서 찍고, 새해 첫날 뭘 먹고 오고, 난 그런 것들이 더 중요했다. 그러면서도 3시간이나 일찍 공연장에 도착해 저녁도 그득하게 사먹고, 익숙하게 걸음 해서 티켓수령하고, 이제는 숙녀가 된 소녀나무와 우연히(운명처럼 또) 만나 반가워하고, 다시 익숙하게 나와 카페에서 차 한잔 마시며 <정글만리> 읽으며 푸욱~빠져 중국에서의 날들 그리며 콧노래를 부르는.,가벼운 행복감으로 마지막 <HAPPY TOGETHER>를 기다렸다.

 

 

물기 없이 가벼웠다. 분명히.

무색무취의 2013, 공사다망했던 2014년 두 해의 마무리를 웃으며 하고픈 마음, 볼수록 반가울 사람 한번 더 보고 마무리하려는 마음, 그리고 2010년에 이어 4년만에 이 자리에 있다는게 반가워서 피식 웃음이 나는 마음이었다. 그렇게 감정을 잘 숨기는 어른의 모습으로 목은 빳빳이, 팔짱은 단단히, 그 뒤로 마음 숨기고 어른인 척 앉아있다가,  박가수 메들리에서 모든 게 들통나버렸다.

 

박가수 메들리 입니다

오늘이 벌써 31일이니, 크리스마스가 지나서 지난 공연들에서 불러주던<Happy Christmas> 대신 준비해봤다는 박가수 메들리 입니다나는 왜 준비 없이 비를 맞고 있었는지... ;;



 11시 반쯤 앵콜 시간이었을 거다. “박효신 박효신앵콜을 외치는 관객 사이에서 박수만 치며 쉬었다. ㅎㅎ 꺼두었던 폰을 잠시 켰다. 해돋이를 함께 하기로 한 친구로부터 전화가 꺼져있다며 연락달라는 문자가 왔고, ‘콘서트 보는 중이라고 답했고. 난 그 사이에 갑자기 이유 없이 해돋이를 못 보러 갈 것 같은 결론을 혼자 내리고는 훅 - 외로워졌다. 갑자기 못간다고 연락 온거면 어쩌지? 이 추운날 혼자 해맞이 하러 가야 하는 건가? 콘서트 때문에 빠진, 송구영신예배 중일 친구들이나 만나러 갈까? 근데 거기 가도 마음이 편할까? 마음이 계속 편치 않았지 올해..큰 실망을 줬던 친구도, 요란하게 지나간 인연도, 묵언수행 했던 일들도, 좋은 곳으로 가셔서 다시 손을 잡을 수 없는 할머니도, 담담히 잘 지나갔다 생각한 순간들도, 최근에 속상한 어떤 일들도 갑자기 한꺼번에 밀려왔다. 뭐지?.........다 넘어간 지나간 순간들인데 왜…? 그렇게 기억이 뒤죽박죽 떠올라 멍하니 앉아 있는데,

 

 

출처: 유튜브 영상속. 말로 다 못할 감동...찍어 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나처럼> 이었다.

흘러나오는 목소리에 마음이 눈물이 왈칵- 박가수에게 들킨 마음은 <메아리>에서 통곡이 되어버렸다.

"나야,

너만 알고 있는 그때의 너, 지금의 너를 다 아는 나라고.

안 괜찮은데 괜찮은 척 숨기고 있던 거..

알고도 옆에 있었던 나라고…"

 목소리로 계속 이렇게나 알아주고 있었다. 진짜 난 울고 싶었던 것 같다. 올해 한번도 심지어 장례식장에서도 울지 못하고 계속해서 뭔가를 처리하고 뭘 넘기고 계속 그렇게 넘기고 넘기고 날들을 넘기고 넘겨 왔던 게 대장 앞에서 모조리 들통나 버렸다.

노래 속에 털고 일어나고 넘기던 아주 많은 시간들을 차례대로 보여주고 하나하나 꺼내 주는데 고맙고 민망해서 소리 죽여 펑펑 울었다. 

어떤 관계나, 믿음들, 상황들 속에서도 순간 속에 느낄 수 밖에 없는 외로움. 철저히 혼자 마음을 달래야 할 때, 옆에 있는 건 대장이었고, 그 노래들이었다. 

어쩌지 못할 만큼 고마우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불러주는 얼굴에, 그 간의시간을 까맣게 묻어 두었던 게 미안해서 더 울었다. 의연하고 담담한 목소리에 내가 더 바보같아서 -

아무리 다른 것들로 채우려고 해도 저 사람 노래 구나

저 노래들 밖에 없구나 나한테는

그렇게 <나처럼> 부터 처절하게 참아내려고 애썼다.
한발 물러서서 ", 아니야. 나 아무렇지 않거든 지금. 나 어른이고 나 무지 괜찮거든" 덜덜 떨리는 마음 움켜쥐고 악!! 소리치다가

<넌 언제나
>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에 일그러지는 얼굴 가리면서 후다닥 뒷걸음질 치며 물러섰다가

<1991,
찬바람이 불던 밤....>에서 웃으면서 "다 안다"는 눈빛으로 지그시 전해오는 목소리에 얼굴 움켜쥐고 그 자리에 굳어 섰다가

 

이윽고, <메아리>.

소리치고 소리쳐도..

쏟아내고 쏟아내도’..

그때의 '' 메아리를 불러주는 손짓에 더 어쩌지 못하고 한걸음에 달려가서 폭~와락 끌어안고 실컷 울었던 것 같다. 토닥토닥 등을 쓸어 내리는 손에 더 소리내 울어버린 느낌.

솔트리석에서 후아...한다리 건너면 다 아는 고요한 질서 속에서 방해될까, 유난이다 흉볼까봐 얼굴 움켜쥐고 들썩이느라 혼났네..T_T

 

 

 

바쿄시니씨는 확실히 이상한 사람이다.

반짝거리면서 눈을 지그시 감고 웃으면서 노래하는데, 슬프기도 고맙기도 왜인지 알 수도 없는 눈물이 나는 사람, 울컥- 노래하거나 주르륵- 이야기하는 얼굴이 고와서, 슬며시 웃음 나는 사람.
이 자리에서 행복한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해주는 사람이라서, 내가 나에게, 그쪽에게 해주고 싶은 같은 마음인 사람이어서 고맙습니다.

말로 다하지 못할만큼
박가수도 꿈에도 전혀 모를만큼
내가 더 벅차고 내가 더 사랑하는 것 같네요?!
예끼! 이 사람아 "여러분들은 상상도 못할만큼 벅찬 그런 감정이다.."그런말 말길.

 

4년만에 다시 돌아온 인천이었다.

꺾인 칠십, 동안부심 박가수여...쉬지 말고 뮤지컬, 2015 전국투어까지 뛰어주시구랴. 더 이상 칡즙을 미룬다는 것은…(쿄름쿄름)

올해는 운전해서 전국투어를 돌아야지. 재일찡의 감성을 10프로 정도라도닮은 남자와 박가수 지방투어를 오면 이 생애 참 행복하겠지만, 고까지 바라지도 않고 내가 운전해서 뜨끈한 차안에서 편히 끅끅 거리면서 집에 돌아가고 싶다.

..그게 무엇이든, 여기서 지금부터 행복해서 그 정도만이라도 이룰 수 있다면나는 그걸로 또 행복할거 같다.

결국..건강한 얼굴로 다시 그 자리에서 만나는 걸로도 충분히 행복할거 같다.

박가수
박배우
그리고 나의 영원한 대장나무,
지금 행복합시다.

 

 

 

♪ 그 때 : 1106 인천 : 박효신 콘서트 <GIFT X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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